인구 930만 명 규모의 작은 나라, 하지만 인구 대비 벤처기업(스타트업) 수 세계 1위,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 수 세계 3위를 기록하는 나라, ‘스타트업 네이션(창업 국가)’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의 창업 국가로서 인정받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누구나 ‘다브카(Davca)’라는 전통문화가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 다브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 정신을 뜻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재창업을 할 경우 다브카 문화에 기반해 기존 창업보다 20% 이상 많은 지원을 해준다. 또 모태 펀드인 ‘요즈마 펀드’를 통해 실패 창업자를 위한 투자금을 별도로 관리할 정도로 재창업 관련 사회적 안전망을 두텁게 하고 있다. 한 번의 실패를 최종적 실패로 치부하지 않고 성공을 위한 경험의 과정으로 여겨 한계를 극복하고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도 다브카와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가 있다. 아무리 실패를 거듭해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겠다는 의미의 칠전팔기(七顚八起)다. 하지만 우리의 벤처 생태계에서는 일전이기(一顚二起)를 하기도 힘든 현실이다.
한국 벤처 생태계는 창업 실패에 따른 과도한 규제와 창업 실패 이후 재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창업 안전망의 준비가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실패에 대한 부담이 재창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재창업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창업자의 평균 창업 횟수는 1.3회에 그친다. 실리콘밸리의 평균 2.8회와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창업 인프라 증가, 벤처 투자시장 발전, 유니콘 기업 탄생 등 비약적 발전을 해온 국내 벤처 생태계의 마지막 퍼즐은 재창업에 대한 창업 안전망의 구축이다.
재창업 관련 창업 안전망의 구축을 위해서는 그동안의 벤처 창업 활성화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재창업 도전 프로그램과 자금 확보를 위한 공제 도입 방안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위해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같이 재창업에 대해 첫 창업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면 국내 벤처 생태계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일 카네기의 ‘실패로부터 성공을 이끌어내라. 좌절과 실패는 성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디딤돌이다’라는 말처럼 창업의 실패는 종국적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이어지는 단계의 일부다. 이 같은 인식이 우리 사회 속에 안착될 수 있도록 벤처 생태계를 비롯한 사회 구성원의 관심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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