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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연금투자, 미래 예측에서 벗어나라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어떤 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떨어지고 떨어지면 오르기 마련이다. 금리 역시 올랐으면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의 가격은 오른다. 특히 만기가 길고 표면 이자가 낮은 채권일수록 가격 상승 폭이 크다.

최근 1~2년 동안 국고채 10년물 등의 채권에 퇴직연금 투자가 몰린 이유다. 지난 2022년말 퇴직연금 채권 투자 규모는 대략 5조 원에 이를 정도로 단기간 급증했다.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기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가 몰렸다.

문제는 곧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연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르거나 떨어질 것만 생각했지 지금처럼 옆으로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주식 보다 기대 수익률이 낮은 채권 투자에서 마이너스 손실의 충격은 훨씬 크다. 게다가 다른 자산에 투자했다면 올렸을 수익의 기회 비용 역시 커지고 있다. 빠른 금리 인하를 기대한 투자는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다.



단기적인 자산 가격을 예측하고 실행하는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 지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다. 금리 예측은 주가 예측 이상으로 어렵고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다. 원시 시대 변화무쌍한 날씨나 맹수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끊임없이 살펴야 했다. 이러한 본능은 오늘 날 투자의 세계에서 오히려 독(毒)이 된다. 부지런하기 보다는 게으르고 싶은 본능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미래 예측에 따른 투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쩌다 한두 번쯤 맞추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측이 맞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크다. 하지만 빗나가서 겪게 되는 투자 실패의 영향이 더 크기 마련이다. 작게 몇 번 수익을 얻다 크게 잃는 경우가 많다.

투자에 있어 포트폴리오를 분산시켜야 하는 이유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금 포트폴리오 구성의 가장 중요한 첫째 의사 결정은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다. 이때 채권에는 은행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도 포함한다. 주식만으로나 혹은 채권만으로는 포트폴리오 분산의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어렵다. 세상의 남성과 여성처럼 주식이 있기 때문에 채권에 의미가 있고, 채권이 있기 때문에 주식에 의미가 있다. 이때 주식과 채권의 비중은 미래 예측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주가가 오를 것 같다고 해서 주식 비중을 높이거나 채권의 가격이 오를 것 같다고 해서 채권 비중을 높이는 것이 결코 아니다. 미래 예측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규칙은 나이만큼 채권에 비중을 두는 것이다. 젊은 연금 가입자가 주식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계속 돈을 벌면서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음은 물가상승률과 함께 이자율이 올라가는 채권과 같다. 젊은이는 채권과 같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채울 수 있다. 반면 은퇴가 가까운 중장년층은 주가가 떨어져도 더 사들일 수 없기 때문에 너무 공격적으로 투자해서는 안된다.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한 연금투자는 마치 큰 비행기를 몰듯 크게 보고 운용해야 한다. 연금 투자에서 2~3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알 수 없는 미래 예측에서 벗어나 충분한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를 통해 장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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