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286940))가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침투율이 낮아지는 등 업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기민하게 시장 수요에 대응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특히 롯데이노베이트는 이 시장에 뛰어든지 약 2년 만에 업계 1위 기업인 SK시그넷의 매출액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전기차 충전 부문 매출액에서 전년 대비 64.5% 증가한 803억 8600만 원을 기록했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4.2% 증가하는 과정에서도 전기차 충전 부문 매출 비중은 기존 6%에서 7%로 높아졌다.
롯데이노베이트는 2022년 1월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인 이브이시스(옛 중앙제어)를 690억 원에 인수하면서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전기차 충전 부문 매출 대부분은 이브이시스를 통해 나오고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사업자였던 SK시그넷은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이브이시스에 역전을 허용했다. SK시그넷의 지난해 매출액은 507억 3600만 원으로 2022년의 1623억 원보다 68.7% 감소했다. SK시그넷은 1494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전기차 침투율 감소 우려 등으로 인해 후방산업인 전기차 충전기 산업이 지난해 전체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및 배터리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예상 성장률은 16.6%로 지난해 33.5%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SK시그넷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도 주요 고객사들에서 대거 전기차 충전기 구축 계획을 순연하면서 신규 발주가 대폭 축소된 탓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이노베이트와 이브이시스가 부진한 업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 수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효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해 시장에서 중급속 이상의 충전기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보고 기존 완속 충전기 위주에서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급속·초급속 충전기 중심으로 생산 구조에 변화를 줬다.
또 롯데이노베이트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이브이시스는 2022년 2월 롯데이노베이트의 후광을 등에 업고 국내 대형 투자사인 스틱얼터너티브로부터 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롯데이노베이트로부터 250억 원의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추가 성장을 위한 대규모 자금도 확보했다.
해당 자금을 활용해 이브이시스는 2021년 연간 4080대 수준이던 충전기 생산능력을 지난해 1만 대로 확대했다. 생산 라인 또한 완속 충전기 위주에서 2023년부터는 단가가 높은 급속·초급속 충전기 중심으로 전환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메타버스와 자율주행,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등의 미래 신사업에 뛰어들면서 사업 구조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자회사인 칼리버스를 통해 연내 국내와 해외 시장에 정식 출시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롯데이노베이트 주주총회에서 고두영 대표는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자율주행 등 신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신사업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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