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반감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코인 광산’이 에티오피아·파라과이 등 아프리카·남미 국가로 옮겨가고 있다. 반감기가 지나면 비트코인 채굴량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수익성 감소가 예상되자 미국 등 전기 값이 비싼 지역에서 저렴한 국가로 구형 채굴기가 대량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2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반감기로 인해 미국의 구형 채굴기가 에티오피아·탄자니아·파라과이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가상자산 채굴 서비스 룩소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에단 베라를 인용해 “현재 사용 중인 기계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약 60만 대의 S19 시리즈 채굴기가 미국에서 아프리카와 남미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굴 수익성 감소가 예상되며 ‘원재료 값’인 전기료가 더욱 저렴한 국가를 찾아 ‘광산’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비트코인은 약 4년을 주기로 채굴 수익이 반토막 나는 반감기가 오도록 설계돼 있다. 가장 최근의 반감기는 2020년에 있었고 4월 말 새로운 반감기가 시작된다.
채굴업자들은 반감기 이후에는 전기료가 비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구형 채굴기로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구형 채굴기를 아프리카·남미·동남아로 수출하거나 기존 미국 내 채굴 사업을 통째로 신흥국에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텍사스에서 두 개 코인 광산을 운영 중인 한 채굴업자는 블룸버그에 “아프리카는 기계에 대한 위험이 더 크지만 그럼에도 이동해야 한다”며 “전기료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건축 자재도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전기료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인기를 끌고 있다. 룩소에 따르면 2023년 코인 채굴기 시장에서 에티오피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5.7%로 미국(61.9%), 홍콩(10.2%), 아시아(6.5%, 홍콩·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제외)에 이은 4위였다. 홍콩이 물류 허브 역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2위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