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 내수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주요 유통업체들의 재고 자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 증가는 보관비 부담을 키울 뿐 아니라 과도한 할인 판매로 이어져 브랜드 가치를 악화시킬 수 있어 향후 기업 경영에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홈쇼핑(057050)의 연결 기준 지난해 재고자산은 310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657억원) 대비 16.7% 증가한 것이다. 특히 홈쇼핑만 분리해 살펴보면 개별 기준 지난해 재고자산은 1288억 원에 달해 2년 전인 2021년(563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팬데믹 상황이 종료돼 집에서 TV로 물건을 사는 홈쇼핑 수요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재고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대홈쇼핑은 그동안 의류 사업을 중심으로 자체 브랜드(PB) 상품 취급을 늘렸는데 해당 분야에서 재고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거시 경제 상황으로 인한 재고 자산 증가는 현대홈쇼핑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007070)의 지난해 재고 자산은 3043억원으로 전년(2270억원) 대비 34.1% 증가했다. 주력 사업인 편의점 업종에서 BGF리테일의 CU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해 말 점포수가 1만 7390개로 전년(1만 6448개) 대비 942곳 늘어나면서 물류망 확충 등 다양한 이유로 재고 자산 역시 증가한 결과로 보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사업 규모 확대에 따른 재고 자산 증가로 지난해 전체 매출이 11조원을 넘는 것을 고려하면 무리가 되는 금액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중에서는 특수하게 재고가 줄어든 경우도 있다. 롯데하이마트(071840)의 경우 지난해 재고 자산이 3433억원으로 전년(4714억원) 대비 27.2% 감소했다. 이는 2022년 520억원이었던 영업 적자를 지난해 82억원 흑자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할인 판매로 재고를 줄인 결과로 보인다.
유통사들 외에 제조사들 역시 재고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020000)은 지난해 재고 자산이 6105억원을 기록해 전년(5627억원) 대비 8.5% 증가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산업의 경우 한 철이 지나면 보유한 의류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재고 관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한섬은 지난해 발 빠르게 재고 자산 정리에 나선 편이다. 분기별 재고 자산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6522억원에서 지난해 말 610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국내 소비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재고난은 더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국내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한 상황에서 소비가 늘지 않으면 유통업계의 재고도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다르지만 재고 상황은 경기 사이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재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체별로 비효율 매장을 철수하고 소싱 역량을 강화하는 등 다양하게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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