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증권(ETN·Exchange Traded Note)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은 등 귀금속 가치가 급등세를 보이는 데다 대기성 자금 수요를 위한 금리형 ETN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상장지수펀드(ETF)가 다루기 어려운 틈새를 공략한 ETN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기준 전체 ETN 누적 판매잔액는 2조 2849억 원으로 올들어 5255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동안 늘어난 규모(9647억 원)의 절반 이상을 두 달 남짓 사이 달성한 셈이다.
ETN이란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특정 지수의 변동만큼 수익을 약속한 일종의 어음을 말한다. ETF와 달리 만기가 있으며 주로 원자재나 통화, 금리 등 특화된 지수를 추종한다.
2014년 형성된 ETN 시장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먼저 대기성 자금을 잠시 맡겨두는 이른바 ‘파킹형’ 상품 판매가 늘어났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ETN 3종인 ‘메리츠 KIS CD금리투자’와 ‘QV KIS CD금리투자’, ‘한투 KIS CD금리투자’는 모두 지난해 4월 상장해 1년이 채 안됐지만 지표가치총액 기준 전체 ETN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몸집을 불렸다. 예컨대 NH투자증권의 QV KIS CD금리 ETN은 올해 들어서만 1600억 원 가량 거래돼 해당 증권사에서 발행한 34종의 ETN 전체 거래금액의 75%를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에 대기성 자금을 잠시 맡겨두는 파킹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기관 수요가 몰렸다. 금리형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여러 종목을 담는 특성상 금리형 ETN을 편입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은 등 귀금속 가격 상승은 ETN 시장을 키우는 다른 요인이다. 이날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금 가격은 9만 279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은 가격 역시 14일 기준 1트로이온스당 25.16달러로 이달에만 11% 상승했다. 최근 1개월간 전체 ETN 수익률 상위 상품 10개 중 6개가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이다.
금·은 등 원자재의 가격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ETF보다 ETN의 종류가 더 다양해 향후 추가 상승을 베팅하는 투자자에겐 ETN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특정 증권사의 신용으로 발행되는 증권이라는 특성상 해당 증권사가 파산하면 ETN도 날릴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ETN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TF가 운용하기 어려운 다양한 원자재 관련 레버리지, 곱버스 등 틈새시장이 존재하는 데다 향후 가상자산 등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려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은 등 기초자산 상승과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따른 물타기, CD형 상품 판매 증가로 ETN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아직 개인투자자에게는 생소해 상품간 특징이나 리스크, 수수료 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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