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과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의 영향에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PF 관련 위기감이 커진 영향에 금융당국이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의 조치를 적극 유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상위 7개(자기자본 기준) 중 5곳이 연결 기준 4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006800)의 지난해 순이익은 29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8% 감소했다. 하나증권은 270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1009억 원의 순이익을 벌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결 기준 순이익이 69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으나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100% 자회사와 해외 법인을 제외한 별도 기준 순이익은 오히려 28.6% 줄어든 29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의 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4분기에만 각 사마다 1000억 원 넘는 충당금을 쌓았다는 것이 증권 업계의 대체적인 추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충당금 적립과 투자목적자산에 대해 평가손실 및 손상차손으로 지난해 4900억 원의 비용을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태영건설 관련 500억 원, 부동산 PF 관련 400억 원 등 총 900억 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사측은 밝혔다.
이 밖에 삼성증권(016360)은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보다 큰 150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했으며 KB증권 역시 1067억 원 상당의 충당금을 쌓았다.
실제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8개사의 지난해 4분기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KB·신한·하나·키움증권(039490) 등 8개사의 지난해 4분기 대손비용은 83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3448억 원 대비 141% 급증한 수치다.
한기평은 “부동산 개발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 기조에 따라 부동산 PF 관련 대손비용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규모 대손비용과 영업외비용이 증권사 이익창출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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