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그룹의 포르쉐와 벤틀리·아우디 차량 수천 대가 미국 항구에 전격 압류됐다. ‘위구르족강제노동금지법’을 위반해 생산된 중국산 부품이 해당 차량에 탑재된 것으로 파악된 데 따른 것이다. 하청 업체가 조달한 중국산 부품을 독일 본사 차원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전기차 공급망 전략이 유지되는 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당국은 폭스바겐으로부터 강제노동금지법을 위반해 생산된 중국산 부품이 대미 수출 차량에 사용됐다는 보고를 받은 후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폭스바겐은 해당 차량 부품 교체를 위해 차량 인도를 3월까지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항구에 압류된 차량에는 포르쉐 스포츠카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약 1000대와 벤틀리 차량 수백 대, 아우디 차량 수천 대가 포함됐다.
FT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문제가 된 부품이 폭스바겐에서 직접 조달한 것이 아니라 공급망 하단에 있는 하청 업체가 공급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부품의 출처를 알게 된 직후 미 당국에 바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측은 성명을 통해 “강제 노동 혐의를 포함해 회사 내부와 공급망에서 인권침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조사 결과 심각한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공급 업체와의 관계를 종료하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미국에서 발효된 ‘위구르족강제노동방지법’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제품을 일단 강제 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중국산 원료나 소재·부품을 사용한 제3국 제품까지도 광범위하게 제재하고 있다. 신장은 티베트·홍콩과 함께 인권 문제로 미중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지역이다.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알루미늄이 자동차 산업과 직결된다. 중국 내 알루미늄 공급의 15%, 전 세계 공급의 약 9%가 신장 지역에서 이뤄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회사들이 신장위구르 강제 노역에 의해 제조된 자재를 사용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에 언급된 회사들은 제너럴모터스(GM)·테슬라·폭스바겐·도요타·비야디(BYD) 등이다.
폭스바겐은 특히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인 우루무치에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합작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권 단체들의 집중 감시를 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인권침해 논란과 관련해 “SAIC와 신장 지역에서의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회사 간 계약의 만료 시점이 2029년인 만큼 당장의 결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폭스바겐 합작공장의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거짓말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며 "신장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꾸며낸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이와 별개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산 부품과 핵심 광물을 사용할 경우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공급망 재구축에 나서고 있으나 하청 업체들이 조달한 부품의 원산지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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