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연초 이후 중국 펀드에 2500억 원 이상 뭉칫돈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새 40% 이상 급락한 중국 펀드를 저가 매수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투자 전문가 사이에서도 중국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6일까지 중국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548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인도(1227억 원) 및 일본(369억 원) 주식형 펀드 설정액 증가액을 앞선 규모다. 최근 6개월 기준으로 보면 인도 주식 펀드에 2464억 원이 몰리는 사이 중국 주식 펀드 설정액은 1333억 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는 확연히 대조된다.
중국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세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날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연초 이후 자금 유입세가 가장 많은 글로벌 투자 ETF는 ‘TIGER 차이나항생테크’로 1884억 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TIGER 일본니케이225(917억 원)’ ‘KODEX 인도Nifty50(680억 원)’을 큰 차이로 앞질렀다.
시장에서는 중국 주식이 빠질 만큼 빠졌다는 바닥론이 힘을 받으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상장된 중국 주식예탁증서(ADR)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축소했지만 되돌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 펀드 수익률은 여전히 악화 일로다. 연초 이후 6일까지 중국 주식 펀드는 11.15% 하락해 일본(6.57%)과 인도(6.22%) 펀드 수익률에 크게 뒤처졌다. 최근 1년으로 확장해도 일본(31.15%)과 인도(39.05%) 펀드가 30% 이상 상승할 동안 중국 펀드는 37.49% 급락했다. 글로벌 펀드 수익률 꼴찌다.
전문가들도 중국 시장에 대해 신중하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리스크와 디플레이션 우려, 높은 실질금리가 회복되는 추세가 감지될 때 비로소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관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경제는 정부가 증시 부양책을 동원했음에도 여전히 비관적 심리가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라며 “주택 거래량과 돈육 가격, 예금·대출 증가율 지표의 개선 여부가 증시 회복에 핵심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지표 회복이 나타날 5~6월께 증시의 반등 흐름이 전개될 수 있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