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만났던 한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신의 연금 수익률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내민 수익률을 보니 가입 이후 누적 수익률이 20%에 달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기간이 10년이 넘었다는 점이다. 연간으로 따지고 보면 연 2%에 불과한 셈이다. 수익률에 대한 기간 개념을 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계산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수익률이 정확한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보고서의 수익률은 총 납입원금 대비 수익률 방식으로 전체 기간의 누적 수익률을 계산한다. 그리고 이를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해 보여준다. 이는 계산하기 쉬운 반면 투자 금액의 기간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연말을 기준으로 과거 1년간 수익률이라면 1월에 넣은 돈과 12월에 넣은 돈의 성과가 다르지만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퇴직연금 사업자 간에 비교를 위한 수익률 역시 정확하지 않다. 사업자 간 비교를 위한 수익률은 퇴직연금감독규정 시행세칙 제7조에 규정돼 있지만 실무적으로 하디 수익률(Hardy’s rate of return)을 활용한다. 이 방법은 직전 1년 운용수익률을 1년간 평균 적립금 총액에서 운용수익을 제외한 금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 계산식의 분모는 적립금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추정한 투자액을 의미하는데, 펀드와 같은 실적 상품일 경우 정확한 투자액이 집계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수익률 정보는 자신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또 투자상품이나 금융회사를 선정할 때 비교의 기준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목적에 맞는 정확한 계산 방식인지 검토하고 개선해야 한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퇴직연금 제도에서 투자 기간의 장기화, 빈번한 입출금, 수익률의 변동성이 큰 펀드나 주식에 대한 투자 확대에 따라 보다 정확한 성과 측정 방법이 연구됐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로 나온 게 바로 금액가중 수익률(money-weighted rate of return), 시간가중 수익률(time-weighted rate of return)이다. 금액가중 수익률은 현금 흐름의 영향을 포함해 가입자의 투자 성과를 측정하는데 이용하고 시간가중 수익률은 현금 흐름의 영향을 조정해 운용자의 능력을 측정한다. 따라서 적립금 운용보고서는 금액가중 수익률 방식으로, 퇴직연금 사업자간 비교는 시간가중 수익률 방식으로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방법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금액가중 수익률과 시간가중 수익률을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퇴직연금 투자 행태가 변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연금 수익률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적인 측정과 공시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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