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이 많아 ‘감귤국’이란 별칭까지 붙은 제주도에서마저도 감귤이 바닥났다. 급증한 감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그간 출하 시기를 평년보다 앞당겼는데, 이젠 더 끌어올 물량도 남지 않은 것이다. 이에 감귤 가격은 집계 이래 최고가로 치솟았다. 정부는 설 연휴 전까지 성수품 체감 물가를 낮출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겠단 방침이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월 31일 기준 전국 대형마트·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노지 감귤 평균 판매 가격은 M과(로열 사이즈) 기준 개당 544.2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10거래일 연속 상승한 결과로, 감귤 값은 불과 일주일 전인 1월 24일보다 16.2%나 급등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31.2%가, 1년 전인 지난해 1월 말과 비교하면 58.2%나 가격이 치솟았다.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감귤 1개 가격이 800원을 웃돌기도 했다. 1500원을 내도 감귤 2개를 사먹지 못하는 셈이다. 감귤값이 이렇게 치솟은 건 199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27년 만이다.
특히 1월 말 들어 감귤 가격이 연속 상승한 이유는 더 이상 ‘당겨 먹을’ 감귤 물량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훌쩍 뛴 사과와 배를 대신해 감귤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리자 정부와 농협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감귤 출하 시기를 평년보다 2~3주씩 앞당겼는데, 그러다보니 노지 감귤 출하가 ‘끝물’에 들어선 1월 말이 되자 더 이상 남는 귤이 없어진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1월 말~2월 초엔 노지 감귤 시즌이 종료되는데, 1월 말 물량을 당겨 먹는 바람에 현재 시장에 감귤 물량이 조금 부족해졌다”며 “제주 농협 등 농협에도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도 “노지 감귤은 각 상점들이 가지고 있는 물량 정도가 전부”라고 설명했다.
설 차례상에 올라가는 사과·배를 비롯해 겨울철 대표 서민 과일로 꼽히는 감귤 가격마저 치솟자 정부는 설 연휴 전까지 성수품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과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전날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과일과 무, 배추, 소고기, 해산물 등 가격을 살피고 수급 상황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현장 점검을 마친 송 장관은 “사과 와 배의 경우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높을 염려가 있다”며 “체감 물가를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역대 최고 수준인 590억 원 규모의 할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국민들이 풍족하고 넉넉한 설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귤의 경우, 2월부터는 한라봉·레드향 등 만감류 시장으로 넘어가고 이후엔 오렌지도 유통될 것”이라며 “더하여 올해엔 기존에 50%였던 2월 오렌지 수입 관세를 10%로 낮춰 이달에만 5000톤(t)이 수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