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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란 이후 최대 낙폭"…고금리·고물가에 소비 '흐림'

◆2023년 12월 산업활동동향 보니

연간 소매판매 1.4% 줄어

2003년 이후 최대 하락폭

건설기성도 19% 감소해

반도체 경기 회복 힘입어

생산은 두달 연속 확장세





반도체 시장 회복에 힘입어 국내 전 산업 생산이 두 달 연속 확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시장 반등으로 재고 감소 폭은 22년 만에 가장 컸다. 하지만 연간 소매판매액지수가 2003년 카드 대란 사태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지면서 소비 부진이 뚜렷해지고 있다.

반도체 회복…생산·설비투자 온기 기대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늘어났다. 광공업 생산이 0.6% 증가한 데 힘입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반도체 생산이 호조를 이어온 영향이 컸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 생산에서 20% 수준의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보다 8.5% 늘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재고는 20.9% 줄어 2001년 12월(-21.2%)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조정세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제조업의 전체 재고율은 107.7%로 전월보다 8.6%포인트 하락했다. 반도체용 장비 수요 등에 힘입어 설비투자가 전월보다 5.5% 늘기도 했다.

지난해 전체적으로는 반도체 불황에 제조업 생산이 3.9% 감소하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지만 반도체가 살아나면서 제조업 경기도 나아지고 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출하가 7개월 연속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반도체 가격도 최근 3개월간 상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전 산업 생산이 전년보다 0.7% 늘어났다. 2021년 5.3% 오른 후로 3년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산업 생산 증가는 서비스업이 이끌었다. 지난해 서비스업은 도소매 등에서 줄었지만 금융·보험, 운수·창고 등에서 늘어 2.9%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3.8% 감소했다. 반도체 불황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이 3.9% 줄며 1998년(-6.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연간으로 반도체 생산은 5.3% 줄며 2001년(-15.3%)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고금리에 소비·건설은 ‘흐림’


소비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액지수는 재작년보다 1.4% 줄었다. 카드 대란 사태가 나타났던 2003년(-3.2%) 이후 20년 만의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최근 소비 동향도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8% 줄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각종 할인 행사 영향에 전월보다 0.9% 반짝 증가했지만 이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비내구재(-0.7%)와 준내구재(-0.3%), 내구재(-1.2%) 소비에서 모두 감소세가 나타났다.

기재부는 “향후 소비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전체적으로 감소하던 실질임금이 끝단에서 좋아지고 있는 모습이며 소비성향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해졌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아직 높은 이자율로 지출 부담이 상당해 (소비가 회복하기까지) 구조적으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짚었다.

건설 경기 악화도 변수다. 건설 경기의 향후 흐름을 보여주는 건설 수주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연간 19.1% 줄었다. 특히 주택과 관련이 깊은 건축 쪽 건설 수주가 30.6%나 줄어 1998년(-51.8%)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최근 데이터로 봐도 건설기성은 2.7% 감소했다. 입주 공사가 크게 줄며 주거용 건축이 5.6%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고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0.1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고물가로 소비·건설경기가 회복의 실마리를 찾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반도체 경기 반등에 힘입어 올해 생산과 설비투자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금리와 고물가 탓에 소비와 건설 시장이 억눌린 상태”라며 “경기 전반에 온기가 돌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성장률 수치는 정부 예측대로 될 수는 있겠지만 기저효과 등에 체감 경기는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2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감소했다는 것은 ‘연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비 심리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며 “고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 시장이 침체돼 있어 소비성향이 높은 중·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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