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계열사를 매각해 확보한 돈으로 태영건설(009410)을 직접 지원하지 않고 그룹 지주회사의 영구채를 인수했다. 태영건설이 부실 상태에 빠진 와중에도 윤 회장이 지주회사만은 지키겠다는 ‘꼼수’를 쓰자 채권단은 강하게 반발했고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티와이홀딩스(363280)는 5일 태영그룹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윤 회장을 대상으로 416억 원 규모의 영구채(금리 4.6%)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이 채권은 만기가 2054년이지만 같은 조건으로 만기를 30년 간 연장할 수 있으며 그 횟수에 제한이 없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영구채 인수 금액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사재 출연을 약속한 태영그룹 총수 일가가 결국 우회로를 택한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앞서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2062억 원 가운데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과 약속해놓고 890억 원을 자사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 태영그룹은 이 돈이 태영건설 지원에 쓴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지만 채권단과 금융 당국은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특히 1549억 원 가운데 사주 일가 출연액의 86%를 차지하는 윤 회장 지분 매각 자금 416억 원의 행방을 두고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윤 회장은 전날에도 416억 원을 전액 태영건설에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티와이홀딩스가 당초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자금으로 연대보증 채무를 상환한 것은 자사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면서 “워크아웃은 기본 전제 조건조차 충족되지 않으면 개시할 수 없다”며 “모든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신뢰 붕괴는 총수 일가와 태영그룹의 책임”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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