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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장악 우려에 美 '구형 반도체'에도 보조금 뿌린다

반도체 수요 75%가 구형이지만

기술 장벽 낮아 중국이 시장 장악


미국 정부가 구형(레거시) 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생산에 1억6200만 달러(약 21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형 반도체는 가전·차량·군사 분야 등 IT 기기 전반에 사용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중요한 위치로, 제조가 쉬워 중국이 관련 시장을 장악 중이다. ‘칩스법’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독려하고 있는 미국이 구형 공정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사진제공=마이크로칩




4일(현지 시간) 로이터는 미국 상무부가 MCU 제조사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에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조금은 콜로라도와 오리건 주 생산시설 확장에 쓰인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을 통해 마이크로칩의 MCU 생산량이 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 중이다.

MCU는 가전기기와 자동차, 비행기, 항공우주 산업과 국방 분야 등에 사용된다. 고성능일 필요는 없지만 안정적인 작동이 필수적인 환경에서 주로 쓰이고, 신뢰성이 높고 오랜 기간 검증된 구형 반도체 공정에서 주로 제작된다. MCU를 비롯한 구형 반도체는 값이 싸고 제조가 쉬워 삼성전자와 TSMC처럼 초미세공정 경쟁을 펼치고 있는 회사에게는 매력이 없다. 때문에 중국 SMIC를 비롯한 파운드리 후발주자들이 높은 점유율을 지니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구형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값이 싸다고 쓰임새가 적지는 않은 탓이다. 현재 수량 기준 글로벌 반도체 공급량의 75%가량이 구형 반도체다. 반도체 업계는 2~3년 내 28나노 이상 구형 반도체 시장 절반을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구형 반도체 공급을 끊을 시 미국 가전제품과 차량은 물론 안보 관련 산업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이 극자외선(EUV), 심자외선(DUV) 등 반도체 노광장비의 중국 공급을 차단 중이지만 중국은 자체적으로 구형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 중이다. 구형 반도체만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구형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최대 10년 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에 SMIC는 상하이에 89억 달러를 들여 28나노 공장을 건설 중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까지 총 31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으로, 이는 미국의 12개를 2배 이상 뛰어넘는다.

이에 미국은 최소한의 구형 반도체 제조역량을 유지해 유사시를 대비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간에시 무어시 마이크로칩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보조금 지급을 두고 “국가 및 경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직접 투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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