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만기 물량만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관련 상품 불완전판매 유형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대규모 분쟁에 앞서 배상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4일 금융 당국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은 H지수 연계 ELS 관련해 유형별 분류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은행들이 손실 보전 민원과 관련해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는 것과 아닌 것을 빠르게 구분하고 신속하게 배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은행 측이 고령층 등을 상대로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 상품을 설명했는지, 투자자가 고난도 투자 상품에 대한 투자 경험을 보유했는지 여부가 이번 기준에 포함될 수 있다.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는 않은 만큼 금감원이 은행권과 금융투자 업계에 대한 정식 검사에는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금감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위원회에 보고한 H지수 ELS 설명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이 판매한 H지수 ELS 가운데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9조 2000억 원이다. 이 중 최근 H지수가 ELS 설정 당시인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올 9월 말 손실 발생 구간인 녹인(knock-in)에 진입한 H지수 ELS 규모만 6조 2000억 원이다. 여기서 5조 9000억 원(87.8%)어치는 내년 상반기에 곧바로 만기를 맞는다.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만도 8000억 원에 이른다. 2월 1조 4000억 원, 3월 1조 6000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4월 2조 6000억원으로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원금의 절반 정도를 날리게 된 셈이다.
금감원은 ‘H지수 기반 ELS 투자자 손실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이르면 내년 1월 손실 확정과 동시에 은행권에 정식 검사를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ELS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이 검사 첫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를 본격화하기 전 사적 화해 방식의 자율 배상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사적 화해는 금융사와 피해자들이 분쟁 조정을 거치지 않고 자율적인 협의를 거쳐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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