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나라 예산이 당초 정부안보다 3000억원 감소한 656조6000억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정부안과 비교하면 예비비 8000억원과 이자 상환 비용 2500억원 등 총 4조2000억원이 줄었고 연구·개발(R&D) 분야와 새만금·지역 화폐 예산도 중심으로 3조9000억원을 늘렸습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사회간접자본(SOC)에도 묻지마 추가 투입이 이뤄졌습니다.
정부·여당은 내년도 예산을 확정하며 민생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선 소상공인·청년 등을 위한 지원이 확 늘었습니다. 소상공인의 높은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취약 차주의 대출 이자를 줄이는 데 3000억원을 지원하고, 영세 소상공인에게 전기 요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는 데에도 2520억원을 추가로 쓰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역점 사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0원에서 3000억원으로 살아났고, 국민의힘은 원자력발전 예산을 사수했습니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던 1813억7300만원 규모 원전 예산은 수정안에서 모두 복원됐습니다.
사회 초년병인 청년들의 주거비 마련 등에도 돈이 더 풀립니다. 올해 종료될 예정이던 ‘청년 월세 한시 특별 지원’의 지원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 위해 예산 690억원이 더 늘어납니다. 청년 월세 특별 지원이란, 높은 주거비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 부담을 줄여주려고 청년들에게 최대 월 20만원씩, 12개월 동안 월세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대상을 저소득 청년에서 전체 저소득층으로 확대하기 위해 57억원이 증액됐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주택융자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1800억원을 증액한 대목도 눈에 띕니다. 여야는 청년·저소득층 우대 대중교통 환급 지원(K-패스) 시행 시기를 5월로 앞당기고 환급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예산 218억원을 늘리는 데도 합의했습니다.
말이 많았던 R&D 예산도 일부 살아났습니다. 정부는 예산을 짜며 R&D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며 올해 본예산(31조 1000억원) 대비 5조 2000억원을 삭감했는데요, 연구 현장에서 연구자 고용 불안 등 불만의 소리가 나왔습니다. 이에 국회에서는 기초 연구 과제비를 추가 지원(1528억원 증액)하고, 박사 후 연구원 연구 사업을 새로 마련(450억원 증액)하는 등 정부안 대비 6000억원을 늘렸습니다. 물론 6000억원 증액에도 올해 R&D예산보다는 4조 6000억원(14.7%) 줄어들었습니다.
올여름 ‘잼버리 파동’ 여파로 새만금 예산은 부처 요구 예산(6626억원) 대비 78% 삭감된 1479억원이 정부안에 반영됐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약 3000억원 다시 늘었습니다. 정부는 “입주 기업의 원활한 경영 활동과 민간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고속도로나 신항만 등 기업 수요에 맞는 사업 위주로 중점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SOC 챙기기 예산을 끼워넣은 흔적도 곳곳에서 보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의 지역구(울산 남구을)인 울산에는 정부안에 없던 도시철도 건설(27억4200만원), 하이테크밸리 간선도로(16억5000만원),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원(37억5000만원) 등의 예산이 생겼습니다. 장제원 의원 지역구(부산 사상구)의 노후산업단지 개발산업 예산(부처 연계형)은 정부 원안 384억3000만원보다 5억원이 늘어났고 권성동 의원 지역구(강원 강릉)에는 강릉 송정동 노후차집관로 정비 예산(9억9500만원)이, 이철규 의원 지역구(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에는 태백 봉안당 신축 사업 예산 10억7000만원이 새로 늘어났습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의 비점오염저감사업 예산은 정부안(7억800만원)보다 3억5400만원이 증액됐고, 노후하수관로 정비 예산 3억원이 신설됐습니다. 국회 예결위원장인 서삼석 의원 지역구(전남 영암·무안·신안)에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예산 24억원, 영암군 노후상수관망 정비예산 4억1500만원 등이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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