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이 대기업으로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기부를 받으면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는 규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의 기부를 막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개선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대기업집단 비영리법인 운영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비영리법인의 동일인 관련자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총출연 금액 범위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영리법인 관련 제도 운영 시 기업집단 측의 애로 사항을 파악해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일인(총수)이 단독으로 혹은 동일인 관련자(배우자, 친·인척,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등)와 합해 비영리법인에 출연하는 금액이 총출연 금액의 30% 이상일 경우 해당 법인은 계열사로 간주돼 대기업집단에 자동으로 포함된다. 다만 시행령상에는 총출연 금액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그간 재계에서는 이런 모호한 제도가 기부 자체를 위축시킨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올 4월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비영리법인 규모에 비해 큰 금액을 기부하게 되면 해당 비영리법인이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만일 지정 자료 등 기업집단 관련 자료 제출 시 (해당 법인을) 누락하면 대기업집단의 총수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총출연 금액에 대한 유연한 해석을 통해 기부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공정위는 총출연 금액을 비영리법인 설립 시점부터 출연된 기본재산과 기부금 등을 누적 합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총출연 금액을 설립 목적의 출연재산 또는 기본재산으로 한정해 더 큰 규모의 기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우선 총출연 금액의 정의를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이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재계의 애로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개선 필요성이 있다면 내년 중 개선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요하다면 총출연 금액에 대한 해석을 명확하게 하게 될 것”이라며 “동일인 관련자 여부를 판단하는 비율(현행 30%) 자체를 당장 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 기업집단의 공익법인 운영 실태는 직전 조사인 2018년보다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지난해 공익법인 중 특수관계인과 자금·부동산·상품용역 등에 대한 내부거래 이력이 있는 법인은 100개에서 83개로 줄었다. 공익법인이 계열회사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 역시 93.6%에서 71.2%로 크게 줄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적법한 의결권만 행사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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