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인사에서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투톱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에 무게감을 실은 삼성전자가 내년도 경영 계획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시작했다. 2024년에도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기 타개책과 신사업 육성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삼성 임원 인사가 예상 밖 소폭으로 단행되면서 오히려 긴장감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이날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 계획을 짰다. MX사업부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사업부, 19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각각 회의를 개최한다. MX·VD·DA사업부가 포함된 디바이스경험(DX)부문 회의에는 주요 경영진 200여 명, DS부문 회의에는 임원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된 한종희 DX부문장과 경계현 DS부문장이 회의를 주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추후 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삼성전자의 국내외 고위 임원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을 공유하는 행사다. 각 부문 임원진이 회사의 상황을 한눈에 들여다보면서 의사 결정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2월에 열리는 회의는 연말 임원 인사를 통해 승진하거나 유임된 주요 임원들이 내년 계획에 심층적으로 관여하는 회의이기도 하다. 특히 회의를 주재하는 각 부문의 수장인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이 내년 실적 개선을 위해 어떤 방안을 준비할지가 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실적 부진에도 각 부문 사장들이 유임된 것은 1년만 더 기회를 주겠다는 이 회장의 생각이 깔려 있다”며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이 내놓을 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삼성전자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분기까지 전사 누계 영업이익은 3조 74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42%나 감소했다. 특히 DS부문은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 영향으로 3분기 내내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을 해소하지 못했다.
사업부별로 보면 DX부문은 위기 타개를 위한 수요 창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등 주력 제품의 신규 수주 확대 방안과 영업 전략, 주요 시장인 북미·유럽 중심 프리미엄 제품 강화 , 원가 절감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장 창출에도 역점을 둔다. 특히 DX부문은 이번 인사에서 신사업 개발 컨트롤타워를 추가하면서 이 조직의 기능과 세부 역할에 대해 다룰 것으로 관측된다.
DS부문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고객사 확보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D램 경쟁력 확보 전략이 최우선 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올해 SK하이닉스에 HBM 리더십을 내준 뒤 생산성 증대, 고객사 확보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또한 범용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비한 생산 라인 운영, 신규 투자 방안도 논의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처음으로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공식 선언한 뒤 수요·공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10월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내년 공급량을 늘려나갈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규모 확대도 DS부문에 중요한 안건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새로운 파운드리 해외 거점이 될 테일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3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안정화와 함께 엔비디아·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확보로 이 시장 1위 TSMC를 추격할 만한 의미 있는 성과가 절실하다.
올해 조직 개편에서 사업부 내 다양한 조직을 3개 사업팀으로 정리한 시스템 LSI사업부는 시스템반도체 판매·개발 전략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내년 출시될 삼성의 신규 스마트폰 갤럭시 S24에 탑재될 프리미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 매출 확대가 최우선 과제다. 이미지센서 사업은 시장 1위 소니를 추격하기 위한 신시장 발굴과 성능 업그레이드 대책이 필요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내년 정보기술(IT)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는 만큼 각 부문이 좋은 실적을 거두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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