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시공사와의 설계와 공사비 검증을 위해 건설사업관리업체(CM)을 도입하는 조합이 늘고 있다. 보통 상업용 건물 발주처들이 설계·시공 감리를 위해 CM을 도입한다.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체되는 사례가 증가하자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사업 전반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줄 전문가를 기용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청담삼익아파트(청담 르엘) 조합은 전날 임시총회를 열고 한미글로벌을 건설관리업체로 선정했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시공사와 갈등이 있었던 만큼 이 같은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해 건설사업관리업체를 선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1980년 준공된 청담삼익은 ‘르엘’ 브랜드를 적용해 최고 35층, 9개 동 1261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강변에 위치한 데 더해 초·중·고교,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이 인접해 있어 소위 ‘입지 끝판왕’ 단지로 불린다. 한 블록 건너선 삼성동에서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이 진행 중이다.
청담삼익이 CM업체를 선정한 배경으로 조합장 사퇴로까지 번진 시공사와의 갈등이 꼽힌다. 2021년 착공한 이 단지는 올해 5월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협상을 통해 공사비를 3716억원(2017년)에서 6313억원으로 증액했다. 이후 조합은 한강 조망 추가 확보를 위한 설계변경과 930억원 상당의 옵션을 롯데건설에 요구했으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며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 결국 기존 조합장은 9월 자진 사퇴했고 10월 선출된 새 조합장이 시공사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조합은 CM업체에 시공계획과 품질, 공사비 과다지출 여부 등 공사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길 계획이다. 한미글로벌은 공사 일정에 따라 관련분야 기술자를 투입하는 것 외에도 △시공계획 및 공정표 검토 △시공·품질·공정·원가·안전·환경관리 등 감독 △사업비 예산 및 공사비의 지속적인 적정성 검토 △공사비 과다지출 여부 검토 등을 수행한다. 용역비는 11억 5000만원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체되는 현장이 늘며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도 건설사업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시공사의 공약 이행 여부로 갈등이 연이은 한남뉴타운에서는 한남4구역이 11일 용역비 약 19억 2000만원의 건설사업관리업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쳤다. 노량진6재정비촉진구역도 다음달 예정된 정기총회에 건설사업관리용역 선정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는 9월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일부개정안’을 고시하며 조합이 시공자 선정 전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건설사업관리 업무 등을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에 자문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건설사업관리는 건설 전문지식이 부족한 발주자를 대리해 프로젝트를 관리해주는 것으로 공항, 복합쇼핑몰, 경기장,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건설 현장에 주로 사용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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