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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생태계 벗어나자"…팹리스로 변신중인 빅테크[양철민의 아알못]

엔비디아, AI칩 시장 80~90% 장악

'쿠다' 생태계로 독과점, 시총 1조$↑

아마존·구글·MS 자체 AI칩 개발박차

AMD는 MI300 출시로 엔비디아 견제

GPU 수급난 지속 "엔비디아 입지 견고"

젠슨황 엔비디아 CEO




올들어 생성형(AI)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빅테크들이 자체 AI용 칩 설계에 나서는 등 기존 사업영역을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까지 확대하고 있다. G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脫) 엔비디아’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엔비디아 생태계가 워낙 견고한데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칩 시장 독과점 지위 굳히기 로드맵을 차근차근 진행중이라, 이같은 기술 독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다 생태계’로 글로벌 시총 6위에 올라선 엔비디아


현재 AI용 칩의 80% 가량은 빅데이터 학습용으로, 20% 가량은 이들 학습을 기반으로 답변을 추출하는 추론용으로 각각 사용된다. 이 같은 AI용 칩 시장의 대부분은 미국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을 80~90% 정도로 추정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 기반의 팹리스들이 엔비디아 칩 성능을 뛰어넘는 AI칩을 개발했다는 자료를 잇따라 내고 있지만, 이 또한 추론용칩에 국한된데가 범용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AI 칩 시장에서의 압도적 영향력 덕분에 엔비디아는 ‘매그니피센트7(애플, 구글, MS, 테슬라, 메타, 아마존, 엔비디아)’으로 불리며 올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8일 기준 글로벌 시가 총액 순위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람코, 구글(알파벳), 아마존에 이어 6위(1조1509억 달러)를 기록중이다.

엔비디아의 몸값이 높아진 이유는 2006년 출시한 ‘쿠다(CUDA)’ 생태계 때문이다. AI 개발자들은 쿠다를 기반으로 AI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 엔비디아 칩을 선호한다. 쿠다는 엔비디아가 2006년 내놓은 범용연산 그래픽처리장치(GPGPU) 플랫폼 및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모델로 현재 대부분 AI 개발 관련 코드 등이 쿠다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다. 엔비디아 칩을 쓰지 않으면 몇배의 인력을 투입해 AI 학습 및 추론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AI 시장에 진출한 빅테크들의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생성형AI 열풍으로 엔비디아 AI칩 수급이 어려워진데다, 가격도 몇배나 껑충 뛰면서 자체 AI칩 개발을 통해 ‘엔비디아로부터 독립’하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빅테크가 자체 AI칩을 개발하면, 범용 제품인 엔비디아 AI칩과 달리 자신들의 인프라 및 개발역량에 최적화된 칩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유일한 대항마로 불리는 AMD가 신규 AI칩을 공개하며 엔비다아 독과점 체제가 깨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엔비디아 잡겠다” AMD, AI칩 공개…주가 10%↑


10일 IT 업계에 따르면 AMD는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투자자 행사를 열고 최신 AI 칩 ‘인스팅트(Instinct) MI300’ 시리즈를 출시했다. AMD는 올 6월 인스팅트 MI300 시리즈를 연말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인스팅트 MI300 시리즈는 GPU인 MI300X, 중앙처리장치(CPU)와 GPU가 결합된 MI300A로 구성된다.

리사수 AMD CEO




업계에서는 MI300X가 현재 AI 칩을 독과점 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H100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실제 메타(옛 페이스북)는 AI 스티커 생성 기능과 이미지 편집 등 AI 추론 작업에 인스팅트 MI300X를 사용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MI300X 칩을 사용할 계획이며 오라클도 자사 클라우드에 AMD 칩을 채택할 방침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 또한 자체 GPU 프로그래밍 언어 ‘트리톤’에 AMD 칩 사용을 검토 중이다. AMD는 MI300X가 H100 대비 2.4배의 메모리 밀도와 1.6배 이상의 대역폭(bandwidth)을 제공한다고 밝힌 만큼, 성능에서 엔비디아 제품 대비 우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AMD의 주가는 신형 AI칩 발표 이후 하루만에 9.89% 급등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H100 등 최신 AI칩을 구매하려면 발주 후 최소 반년에서 최대 1년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AMD의 신형 AI칩 개발이 주가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엔비디아에 AI칩 구걸은 이제 그만…기술독립 나선 빅테크


빅테크들의 자체 AI 칩 개발 사례도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달 28일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챗봇 ‘큐(Q)’와 함께 자체 개발 AI칩 ‘트레이니엄2(Trainium2)’ 및 ‘그래비톤4(Graviton4)’를 공개했다. 큐는 자동으로 소스코드를 변경해 코딩 등 개발자의 업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MS의 ‘코파일럿’과 유사한 서비스로 분류된다.

트레이니엄2는 AI 모델 훈련시 사용되는 칩으로, 기존 모델 대비 성능이 4배 가량 향상됐다. 해당 칩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과 데이터브릭스 등이 사용할 예정이다. 그래비톤4는 저전력 모델에 최적화된 암(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서버 칩(CPU)이다. 기존 칩 대비 성능이 30% 가량 향상됐다.

MS는 지난달 15일 자체 개발 AI 칩 ‘마이아 100’ 및 고성능 컴퓨팅 작업용 CPU ‘코발트 100’을 공개했다. 마이아 100은 MS와 오픈AI가 공동 개발한 칩으로 LLM 훈련 및 데이터센터 서버 구동 등에 활용된다. MS는 마이아 100을 자체 AI 기반 소프트웨어 제품 및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능 향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 컨벤션 센터에서 자체 설계한 AI 칩 ‘마이아(Maia) 100’을 공개하고 있다.


구글은 AI 칩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자체 개발해 서버 등에 탑재 중이다. 구글이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자체 개발한 AI 슈퍼컴퓨터 ‘TPU v4’에는 TPU 4000여개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네이버 또한 삼성전자와 함께 자체 LLM 모델 ‘하이퍼클로바X’에서 구동되는 AI 칩을 개발중이다.

이 같은 빅테크들의 생성형AI 주도권 경쟁으로 AI칩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MD는 올해 AI 칩 시장 규모를 450억 달러로 예상했다. 올 6월 예측 규모인 300억 달러 대비 50% 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 2027년에는 AI 칩 시장이 400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빅테크들의 엔비디아 AI칩 의존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아마존은 지난달 자체 AI칩 개발 사실을 공개하며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당시 행사에는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해 AWS가 엔비디아 최신 칩 ‘GH200’을 AWS에 탑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MS 또한 지난달 자체AI 칩 개발을 발표하며 “엔비디아가 개발한 최신 GPU H200을 AI 및 클라우드 서비스에 내년께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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