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 전기 상용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한다. 전기버스·트럭 등 전기 상용차는 일반 전기차에 비해 많은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차량이라 배터리 시장 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평가 받는다.
LG엔솔은 폴란드 배터리 팩 제조·판매 업체인 ICPT와 배터리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LG엔솔은 ICPT에 내년부터 3년간 약 20만 개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모듈을 공급한다. 이는 대형 전기 상용차 약 3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계약 금액은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ICPT는 LG엔솔에서 공급받은 모듈을 팩으로 조립한 뒤 유럽 내 전기버스 점유율 1위 업체인 솔라리스버스앤드코치에 최종 공급한다. ICPT는 2005년 설립 이후 폴란드 내 ‘기가팩토리X’ 팩·모듈 조립 공장을 운영하는 등 유럽 내 탄탄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LG엔솔과 ICPT는 폴란드 내에서 배터리 제조부터 전기버스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LG엔솔이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한 NCM 배터리 모듈을 ICPT에 공급하면 ICPT가 이를 팩으로 제조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조립 단위에 따라 셀·모듈·팩으로 나뉜다. 다수의 배터리 셀을 외부 충격과 열·진동 등으로 보호하기 위한 프레임에 넣은 것이 모듈, 이 모듈들을 묶어 각종 제어 및 보호 시스템을 장착한 것이 팩이다.
전기 상용차 시장은 배터리 업계에서 ‘고부가 전략 시장’으로 꼽힌다. 전기 상용차 한 대당 배터리 탑재량은 일반 전기차보다 약 11배 이상 많고 장기 공급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과 북미 시장의 경우 내연기관 상용차에 대한 환경 규제 강화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엔솔은 뛰어난 기술력과 표준화된 모듈 라인업을 다수 보유하는 등 높은 경쟁력으로 전기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기 상용차는 상대적으로 운행 거리가 길고 10배 이상의 에너지 전압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홍승택 LG엔솔 OTS 담당은 “ICPT와의 이번 협력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상용차 시장 내에서 LG엔솔의 앞선 배터리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할 수 있게 됐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객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엔솔은 올해 2월 미국 배터리 팩 제조·판매사인 FEPS와 전기 상용차 분야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계약으로 LG엔솔은 내년부터 FEPS에 고성능 상용차 5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19GWh 규모의 배터리 모듈을 공급한다. FEPS는 공급받은 배터리 모듈을 팩으로 조립한 뒤 대형 버스와 전기트럭 등 북미 주요 상용차 업체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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