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약세를 보이던 메모리반도체 산업 업황이 회복 국면에 접어선 데 이어 엔저 효과까지 노릴 수 있는 일본 반도체 시장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지난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투자 상장지수펀드(ETF)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의 ‘A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 Solactive’는 7일 기준 최근 1개월 동안 12.46% 상승했다. 3개월 기준은 8.38%, 8월 31일 상장 이후로는 11.4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 반도체 관련 ETF 중 최고 수준이다.
이 상품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 20종목에 투자하며 ‘일본 반도체장비(Japan Semiconductor Materials and Equipment)’ 지수를 기초로 추종한다. 해당 지수는 2019년 하반기 이후 일본의 대표지수인 니케이225와 토픽스 지수보다 더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 편입 종목은 신에츠화학(20.54)과 도쿄일렉트론(20.02), 호야(15.95), 어드반테스트(9.00), 레이져테크(7.72) 등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향후 일본 반도체 장비 시장의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 일본은 25% 이상 점유율을 차지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규모가 큰 데다 기술 면에서도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이자 마진이 높은 고성능 메모리로 알려진 ‘HBM(High Bandwidth Momory·고대역폭 메모리)’에 필수적인 후공정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독점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메모리로 인공지능(AI) 발전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일본 정부가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바탕으로 삼성전자(005930)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일본 현지 투자를 유치하는 점도 호재다.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직적 납품 가능성이 커지면 향후 관련 기업의 성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환노출형 상품 특성상 역대급 엔저인 상황에서 추후 엔화 절상 시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올해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바닥을 확인하는 해였다면 내년은 업황이 회복돼 상승 주기로 들어서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일본 반도체 장비나 소재, 부품 기업들 역시 메모리 반도체 상승 사이클과 함께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거래 단위가 100주 이상으로 높아 투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일본 주식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일본 투자를 희망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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