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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4조원 이상 손실 예상…‘H지수 ELS’ 판매 은행·증권사 전수조사

당국, 제2펀드 사태 우려에 실태조사

손실위험·변동성 충분히 고지했나

불완전 판매 여부 집중 점검 방침





금융 당국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수익률 기준 지표)으로 하는 파생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긴급 실태 조사에 나섰다. H지수 부진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사들이 어떤 의사 결정을 통해 판매를 하게 됐는지, 또 가입자에게 손실 가능성과 변동성을 충분히 고지했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전체 ELS 판매 잔액의 80% 가까이를 판매한 은행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20일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실상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서는 금감원 은행검사1국의 현장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현장 조사는 다음 달 1일까지 10영업일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정기 검사를 하고 있는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H지수 연계 ELS 판매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에도 서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다. 증권사 중에서도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현재 약 20조 원이며 이 가운데 약 16조 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은행 판매액의 절반가량인 8조 4100억 원어치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데 손실 영향권에 진입한 물량이 약 4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국민은행은 ‘녹인(원금 손실)형 ELS’를 집중적으로 팔아 손실이 더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은행들은 대체로 녹인이 없는 형태의 상품을 많이 팔았다. 증권 업계의 해당 상품 판매 잔액은 약 3조 5000억 원으로 은행보다 적지만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점은 비슷한 상황이다.

H지수 연계 ELS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경제 침체이지만 내년부터 잇따라 손실이 확정되면 불완전 판매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ELS는 3년 만기인데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H지수는 2021년 2월 1만 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6000포인트까지 떨어지며 40%가량 추락했다.

이와 함께 당국은 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의사 결정 및 고위험 상품 위험성에 대한 고객 교육 여부, 금융사 직원에 대해 판매 실적 등을 내부 핵심성과지표(KPI)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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