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전기 요금 등 에너지 가격을 국제 원자재 가격과 연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전기 요금 인상이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 속도에 비해 더디게 이뤄지면서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19일 IMF는 ‘2023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위한 전기 요금의 합리적 산정과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를 권고했다. 높아진 에너지 비용을 실제 수요자가 부담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공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으며 이는 공공 부문 부채를 악화시킨다고 꼬집었다. 앞서 한전은 8일 산업용 전기 요금을 평균 ㎾h당 10.6원 인상하는 4분기 전기 요금 인상안을 발표했지만 주택용과 소상공인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 전기 요금은 인상안에서 빠졌다. 미국의 경우 올 9월에 한국의 값싼 전기 요금이 사실상 정부 보조금과 같다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자국에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1.08%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가 우리의 값싼 전기료를 문제 삼는 추세가 뚜렷하다.
IMF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더 연장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휘발유·경유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는 2021년 시작돼 올 연말까지 연장됐다.
연금 개혁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IMF는 이대로는 50여 년 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IMF는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의 증가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연금 기여율 상향과 퇴직 연령의 연장, 연금의 소득 대체율 하향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낮은 소득대체율은 급여 적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초연금의 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제도하에서 국민연금은 2041년부터 적자로 전환해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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