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그리드를 선택하면 송전 입지 확보(라는 난관을 해결한 것)와 마찬가지입니다.”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에너지전략포럼 주제 발표를 통해 해상 그리드의 강점을 이같이 짚었다. 해상 그리드는 풍력·태양광 등 해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원으로 만든 출력을 육지까지 보내는 전력망이다. 장 교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 및 송변전 설비가 필요한데 육지에서는 설비를 세울 입지를 찾는 것은 물론 용케 찾아도 인근 주민의 반발로 설치에 난항을 겪기 일쑤”라며 “해상 그리드는 이런 골치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유럽은 해상 그리드 활용 부분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벨기에는 2019년 다수의 해상풍력발전기를 통해 얻은 출력을 허브 형태로 모아 육지로 전송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영국은 모로코에서 얻은 출력을 해상으로 송전받을 수 있게 하는 그리드를 2030년까지 설치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한국은 기후 변동성이 크고 국토가 좁아 신재생발전의 조건이 열악한 편”이라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발전원을 얻을 수 있는 해상풍력과 해상 그리드를 이용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점도 해상 그리드의 강점으로 꼽혔다.
장 교수는 “해양에서 육지까지 전력을 보내기 위해서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활용이 필수”라며 “즉 해상 그리드를 구축하면 전력 손실을 줄이고 전력조류 제어를 통해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HVDC의 장점 역시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LS전선 등 우리 기업은 장거리·고전압·대용량으로 전력 전송이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변환 기술 개발도 시작했다”며 “국내 기술을 활용한 해상 그리드가 구축되면 관련 산업 생태계도 공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해상 그리드 구축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앞서 5월에 서해안 전남 발전단지에서 충남 태안을 거쳐 서인천까지 HVDC로 해상으로 건설되는 서해안~수도권 연결 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장 교수는 “(한전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반드시 신재생 전용 그리드가 돼야 한다”며 “이를 활용해 수도권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 기업의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마어마한 사업비다. 일례로 영국과 모로코가 진행하고 있는 해상 그리드 프로젝트는 사업비만 200억 유로(약 28조 원)로 추산된다. 장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 추진되는 해상 그리드 프로젝트 사업비의 절반은 민간 회사의 투자 또는 펀드 활용으로 충당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모든 송전 사업은 한전이 도맡고 있는 상황인 만큼 사업비 부담을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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