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반도체를 미리 대량 구입하거나 국산 대체품을 모색하는 등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자체 개발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사용한 화웨이의 5세대(5G) 스마트폰은 ‘애국 소비’ 바람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빅테크 ‘빅3’ 중 하나인 텐센트는 15일 생성형 AI 개발에 필수적인 AI 칩셋을 충분히 비축했다며 수출통제로 AI 개발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했다. 류츠핑 텐센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사의 생성형 AI ‘훈위안’을 적어도 몇 세대 더 개발할 수 있을 만큼 AI 칩셋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텐센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엔비디아의 AI 칩 H800을 주문한 회사 중 하나”라며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가 실행되기 전에 엔비디아로부터 H800을 대량 주문해 중국 업체 중 가장 많은 AI 칩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80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사양을 낮춘 제품이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정부가 추가로 수출통제를 시행하면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엔비디아가 중국 AI 반도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로 인한 중국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가 내년까지 알리바바, 바이트댄스(틱톡), 바이두 등에 A800·H800 등 저사양 AI 칩셋 약 50억 달러 상당을 납품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제재로 모두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류 회장의 발언은 이러한 추가 제재를 뚫고 AI 칩셋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뜻으로, 중국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발전하기 전까지 AI 개발 역량을 훼손하지 않을 시간을 번 셈이다. 텐센트는 최고 사양의 반도체는 AI 훈련 작업에, 저사양 반도체는 계산 집약도가 낮은 추론 작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리카이푸 전 구글차이나 사장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01.AI’는 엔비디아의 AI 칩셋을 앞으로 1년 반 동안 사용할 만큼 보유했다고 전했다.
리카이푸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더 엄격하게 하기 전에 AI 칩셋을 확보하고자 공세적으로 행동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업체인 콰이쇼우가 엔비디아 A800을 1만 개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7일 바이두가 화웨이의 AI 칩셋 ‘910B어센드’ 1600개를 주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자회사가 설계하고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SMIC가 제조한 7나노급 프로세서 ‘기린9000s’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제품명 ‘메이트60프로’인 이 폰은 현재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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