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으로 통화 내용을 실시간 통역해주는 기능을 스마트폰 신제품에 추가한다. 내년 초 출시될 플래그십(고급형)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해 외부 슈퍼컴퓨터와 클라우드 없이 스스로 고성능 AI 기능을 구현하는 이른바 ‘온디바이스(기기 내장형) AI’ 스마트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9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새롭게 선보일 갤럭시 온디바이스 AI는 개인 통역사를 둔 것과 같이 매끄러운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이 탑재된다”고 밝혔다. 앞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하는 갤럭시 S24에 생성형AI 모델 ‘삼성 가우스’와 함께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신형 두뇌칩(AP) ‘엑시노스 2400’을 탑재해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으로서 새로운 편의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기능 일부를 이날 공개한 것이다.
통화 통역 기능은 삼성 가우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디바이스 AI 모델 ‘갤럭시 AI’를 통해 구현된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용자가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언어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면 별도의 외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갤럭시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언어로 통역해 전달해준다”며 “통역된 대화는 음성으로 들을 수도 있고 텍스트 형식으로 스마트폰에 표시돼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부 서버와의 데이터 송수신이 필요하지 않은 온디바이스 AI 방식인 만큼 통화 내용이 유출될 우려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대화 상대방이 해당 갤럭시 AI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삼성전자는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이 탑재될 구체적인 제품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 초 공개될 갤럭시 AI는 오래된 언어의 장벽을 획기적인 방식으로 허물고 우리를 더욱 가깝게 연결시켜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4에 처음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뿐 아니라 메일을 작성하거나 문서를 요약해주고 개발자의 코딩 작업을 도와주며 이미지를 제작·편집하고 해상도까지 높여주는 다양한 AI 기능을 삼성 가우스를 통해 차기 스마트폰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 삼성 가우스, 엑시노스 2400 등 AI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서비스 출시를 서둘러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온디바이스 AI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온디바이스 AI는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과 달리 외부 슈퍼컴퓨터와 클라우드의 도움 없이 생성형AI 같은 고성능 AI 기능을 스스로 구현함으로써 챗GPT의 등장을 계기로 커진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해소하고 클라우드 비용을 줄여주는 이점이 있다. 이에 애플·구글 등 경쟁사들도 온디바이스 AI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온디바이스 AI를 포함한 글로벌 생성형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1억 4000만 달러(약 13조 2600억 원)에서 2030년 1093억 7000만 달러(약 143조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개발실장은 “모바일 기술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소통과 생산성, 창조적 경험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면서 “이제 모바일 AI 기술이 갤럭시와 의미 있게 접목돼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고 휴대폰의 역할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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