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이용 실적이 없는 ‘잠자는 신용카드’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정 브랜드에 특화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가 쏟아지면서 발급량이 늘었지만 브랜드 충성도가 사라지며 휴면 신용카드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에 금융 당국은 간편하게 휴면 신용카드를 해지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휴면 신용카드 수는 총 1716만 3590장으로 직전 분기 1670만 6270장 대비 45만 7320장(2.7%) 많아졌다. 지난해 3분기 1479만 7620장과 비교하면 236만 5970장(16.0%) 증가했다. 휴면 카드는 1년 이상 이용 실적이 없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로 휴면 전환되면 본인이 직접 이를 해제하지 않는 이상 이용이 불가능하다.
휴면 신용카드가 많아진 데는 수년 전부터 열풍이 불고 있는 ‘PLCC’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PLCC는 카드사가 특정 브랜드와 협업해 혜택이나 서비스를 집중한 상품이다.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때는 이용률이 높지만 충성도가 사라지면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돼 휴면 카드로 전환된다.
PLCC 열풍으로 카드사들이 부담하는 카드 발급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올 상반기 기준 카드 발급 비용은 1617억 21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1320억 8200만 원 대비 22.4% 늘었다.
2020년 5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 시행으로 휴면 카드의 자동 해지 절차가 사라진 것도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휴면 카드로 전환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자동으로 계약 해지됐던 신용카드를 언제든 재사용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문제는 휴면 카드, 즉 미사용 카드가 많아지면 분실, 부정 사용 등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방치된 카드가 복사돼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이용자가 직접 카드 발급 현황을 간편하게 확인하고 필요 없는 카드를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자신이 어떤 카드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답했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 해지 시스템은 이용자의 편의성을 해치는 경향이 있었지만 여러 카드사의 발급 현황을 한 번에 보고 간편하게 해지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은 긍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