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마지막 대어로 주목받고 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희망 가격 범위(밴드·3만 6200~4만 4000원) 최하단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전날 공매도 금지에 따른 주가 폭등에도 2차전지 기업 주가가 큰 틀의 하락세를 그려온 결과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달 30일부터 5영업일 간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공모가를 3만 6200원에 확정했다. 공모 물량은 당초 계획한 1447만 6000주에서 1158만 800주로 줄어 총 공모액과 기준 시가총액은 각각 4192억 원, 2조 4698억 원으로 결정됐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1141개 기관이 참여해 17.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IPO 시장 일반 기업 기준 최저 경쟁률이다. 신청 물량 기준 전체 주문 중 4만 4000원을 초과한 가격으로 주문된 비율이 31%, 밴드 내에서 주문된 비율이 33%, 하단 미만으로 주문된 비율이 19.8%로 투심이 명확히 엇갈렸다. 상장 후 일정 기간(15일~6개월)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비율은 전체 주문량의 약 3.3%에 불과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006800), 공동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 인수사인 하이투자증권을 통해 8~9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해 17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흥행 실패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앞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국내 기업 중 포스코퓨처엠(003670)·엘앤에프(066970)·코스모신소재(005070) 등 3개사를 유사 기업으로 설정했는데 이들 기업의 주가가 증권신고서에 제시된 기준 주가보다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공모 과정에서 공모가 범위를 한 차례 낮추기도 했다. 정정 신고서 기준으로도 포스코퓨처엠의 이달 3일 종가는 26만 9000원으로 기준 주가(31만 4500원) 대비 85.5% 수준에 불과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하더라도 공모가가 밴드 하단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로 6일 2차전지 기업 주가가 크게 뛰어 밴드 하단에 공모가를 턱걸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공모가가 높다는 비판도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숫자만 놓고 보면 전체 참여 기관의 76.3%가 범위 하단 미만에 주문을 넣었다. 또 국민연금을 비롯한 일부 대형 기관들은 하단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를 타진했다가 최종적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공모 규모를 줄인 것도 3만 6200원 이상으로 주문한 물량이 전체 공모 물량에 조금 못 미쳤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