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3.8%(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상기후로 농산물 값이 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의류·신발 물가도 31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여 서민의 의식주 전반에서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8% 올랐다. 올 3월(4.8%)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2.3%로 저점을 찍었다가 8월 3.4%로 반등한 후 세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석유류는 전년 대비 하락률이 9월(-4.9%)보다 축소된 –1.3%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7.3%나 올라 9월(3.7%)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이는 농산물 물가 상승률이 7.2%에서 13.5%로 큰 폭으로 뛰며 2021년 5월(14.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신선 과실의 경우 26.2%나 올라 2011년 1월(31.9%) 이후 약 1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상 저온 현상으로 출하가 지연되면서 10월 이례적으로 높은 물가 수준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의류 및 신발도 전년 동월 대비 8.1% 올라 1992년 5월(8.3%) 이후 3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의류 품목 가격이 하락했던 부분이 반영된 가운데 원재료 물가 상승 등으로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먹고 입는 분야에서 물가 압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반면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린 3.2%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4.3%로 정점을 찍은 후 기조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안에 물가상승률이 2%대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연말에는 3% 초중반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예상한다”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물가는 계속 내림세를 나타내는 한편 이스라엘·하마스 간 갈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한은도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유가나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도 8월 전망 경로를 웃돌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앞서 8월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을 각각 3.4%, 2.4%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이달에 이어 앞으로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에 더해 최근 높아진 농산물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추가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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