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1일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일으키면서 수출에 지장을 받으면서 경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예전엔 거들떠보지 않았던 작은 시장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그에 맞춰 무엇을 팔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 회장은 한국은행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2회 공동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핵심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두 기관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이날 최 회장은 “그동안은 전 세계에 통용되는 제품을 대량으로 싸게 잘 만들면 수출이 잘 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반도체”라며 “이제는 작은 국가의 특수사정에 맞는 솔루션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루션 접근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과거에 팔던 제품을 팔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 회장은 “에너지 수입국이기만 했는데 에너지를 새롭게 만들고 수출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며 “전기를 많이 쓰는 형태로 탄소를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문제인 만큼 청정 에너지를 값 싸게 가지고 올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투자 지주회사를 설립해 고위험·고성장·첨단산업에 투자하고 민간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을 거론했다.
최 회장은 “바람과 파도는 유능한 항해사 편에 선다는 말이 있는데 역풍이 분다고 하는 건 위대한 항해자라고 할 수 없다”며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유능한 항해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축사를 통해 “정부는 앞으로도 한국이 글로벌 통상 네트워크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나라는 60개국과의 무역 네트워크와 함께 반도체, 배터리, 방산, 우주항공 등 제조업 역량을 구축했고 중간재에 집중돼 있어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정학적 분열과 인구 감소의 뉴노멀 시대 한국 경제의 돌파구는?’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경제는 현재 성장 잠재력 하락, 소득과 부의 불평등 지속, 고물가 금융불안정의 3중고(重苦)를 겪고 있다”며 “고금리·미국의 통화 긴축, 성장 잠재력 하락, 에너지 가격 상승, 미·중 갈등, 중동지역 불안 등 여러 하방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국 경제의 당면 문제가 복합적이어서 인적자원, 기술, 제도·정책의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특히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개인은 미래에 필요한 지식·기술, 행복한 삶을 위한 지혜를 갖추고 기업은 대외환경 변화와 산업 재편을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w@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