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금융그룹이 23일 공동 창업자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006800) 회장 퇴진까지 포함한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한 것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려면 과감한 세대 교체가 필수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의 새 대표로 내정된 김미섭 신임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 대표와 대표이사를 거쳐 최근까지 증권사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해왔다.
최 회장은 2021년 회장직에 오른 후 최근까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해외 사업, 증권사 경영 총괄을 나눠 맡았다. 박 회장은 “26년 전 창업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고민이 세대 교체”라며 “인간적인 번민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향후 10년 이상을 준비하는 2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출발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뿐 아니라 홍콩법인 최고경영자(CEO)인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도 그룹의 글로벌 사업 핵심 인사로 꼽힌다. 그는 앞으로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사업을 전반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의 경우 자산관리(WM)사업부를 총괄하며 연금, 해외주식, 디지털 등 리테일(소매 금융) 사업 성장을 이끈 점이 승진 이유가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준용 부회장과 인도 법인의 스와룹 모한티 부회장도 그룹 내 대표적인 글로벌 사업 CEO로 꼽힌다. 특히 이준용 부회장은 멀티운용 부문을 총괄하며 글로벌투자,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성과를 낸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김재식 미래에셋생명(085620) 부회장은 풍부한 자산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변액 보험 시장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효율적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제도 도입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인사 배경에 대해 “글로벌 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응하고 100년 기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젊은 2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며 “과감한 세대교체와 기본 인사 원칙인 성과·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그룹은 50대 부회장단 6명의 승진과 함께 전경남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사장, 김평규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미래에셋증권의 안인성·박경수 전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용덕·김남기·윤주영 전무, 미래에셋생명 조성식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각각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글로벌, WM, 디지털 강화”라며 “수년 전부터 가동한 차세대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비전·역량을 갖춘 리더를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승진 인사로 박 회장과 함께 26년 간 그룹을 일군 최 회장은 경영 고문직으로 물러나게 됐다. 1961년생인 최 회장은 광주일고와 전남대를 졸업한 뒤 동원증권에서 지점장으로 근무하다 1997년 미래에셋그룹을 창업한 멤버다. 박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알려진 그는 1997년 미래에셋운용 대표이사 상무를 시작으로 26년 동안 미래에셋캐피탈·생명·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거쳤다. 최 회장과 함께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등도 후배들을 위해 용퇴했다.
박 회장은 “퇴임하는 창업 멤버들과의 깊은 인간적인 신뢰와 함께 했던 시절을 간직할 것”이라며 “그룹에 대한 그들의 헌신에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퇴임하는 창업 멤버는 고문으로 위촉돼 그룹의 장기 성장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신임 등기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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