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지수가 7개월 전 수준으로 급락하자 한 달간 국내 증시 상승에 1조 원 가까이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직후인 9월 1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국내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코스피200지수를 2배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 ETF(6016억 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 ETF는 코스피200지수가 1% 오르면 2%의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뿐만 아니라 코스닥과 2차전지 관련주의 반등에도 베팅하며 관련 레버리지(차입) ETF를 대거 사들였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3316억 원)’와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122억 원)’ ‘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70억 원)’ ‘TIGER 레버리지 ETF(50억 원)’ ‘TIGER 200선물 레버리지 ETF(47억 원)’ 등 이 기간 개인이 국내 주요 레버리지 ETF 상품을 순매수한 규모만 9621억 원 수준에 달했다. 증시 하락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3093억 원)’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1946억 원)’ ‘KODEX 인버스 ETF(461억 원)’ 등 인버스(역방향) 상품을 같은 기간 5000억 원 이상 팔아치운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미국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주가 바닥’이라는 인식을 더 앞세운 결과다.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이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지난달 19일부터 전날까지 6.17%, 12.03%씩 떨어진 탓이다.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와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개인들은 각각 이 기간 24.87%, 19.22%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도 이 기간 19.22%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또다시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개인들의 손해는 더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과 미국 긴축 기조 등 대외적 악재가 쌓인 탓에 당분간은 국내 증시 반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수익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데다 확산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시가 바닥을 다지기 위해서는 글로벌 지정학적 문제부터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