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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훈 산업개발연구원장 별세] 광부·간호사 독일 파견 조건 차관 얻어낸 경제발전 기획자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원장. 사진 제공=유족




서독에서 차관을 받아오기 위해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는 방안을 기획한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 원장이 1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1930년 전북 김제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상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국비 장학생으로 뽑혀 1956년 서독으로 유학을 떠났다. 쾰른대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박사 학위는 1962년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에서 받았다. 1958년 귀국 이후 1959년부터 중앙대 상대 교수로 강단에 섰다.

당시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5·16 쿠데타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이 경제협력을 거절하자 서독에서 차관을 받으려고 했다. “독일어를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으라”는 박 의장의 지시로 고인이 지목됐고 1961년 말 서독 경제 협력단에 상공부 장관 특별보좌관 자격으로 포함됐다. 고인은 유학 시절 지도교수에게 서독 경제장관을 만나게 해달라고 눈물로 애원한 끝에 경제차관을 만나 3000만 달러 상업 차관 약속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급을 보증해줄 서독 은행이 없다는 점이었다. 서독에 남아 고민하던 고인에게 유학 시절 지인인 서독 노동부 과장이 “너희 나라 5000명을 독일 탄광에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를 계기로 광부 3000명과 간호사 2000명을 보내는 대신 이들의 월급을 담보로 서독이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이 성사됐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 경제고문을 맡아 당시 유럽에서 가발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전국적으로 가발 생산을 유도하고 전자 산업 육성을 제안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1965년에 설립된 국내 최초 경제연구소인 한국산업개발연구소(KID·현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소장에 취임했다. KID는 경부고속도로 등 물류 인프라와 구미공단·여천공단 등 산업 공단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중소기업중앙회 설립을 돕고 중소기업 전담 은행인 기업은행을 만드는 것도 제안했다.

유족은 부인 방한진 씨와 사이에 1남 3녀로 백신영·백훈(중앙대 교수)·백신미·백지희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중앙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9일 오전 5시 2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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