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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차그룹 '전기차 목표 판매량' 리셋한다

◆EV시장 급변 대응…'중장기 사업전략' 내년 상반기 공개

'10년 비전 수립' 경력직원 채용

시장점유율 등 정량지표도 마련

테슬라 저가공세·내수침체 영향

9월까지 韓·美·유럽 25만대 팔려

주요국 보조금 축소 등 숨고르기에

현대차도 판매목표 하향조정 유력

현대차 양재동 사옥 전경.






현대자동차그룹이 급변하는 전기차(EV) 시장을 반영해 중장기 전략을 다시 짠다. 주요 지역별 전기차 판매량 추세를 분석하고 목표 판매량을 재설정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의 인력을 보강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10년 뒤 차종 운영 방안과 생산 비중 등을 고민하고 계획하는 것은 회사의 핵심 조직에서 담당하는 업무”라며 “전기차 사업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해당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10년간 전기차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경력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의 직급은 과거 과장급 이상인 책임매니저다. 신규 인력은 소프트웨어중심차(SDV)와 자율주행, 충전 인프라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연계한 전기차 사업 전략을 수립한다. 또 주요 지역별 전기차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등 정량적 지표를 제시하는 업무도 수행할 계획이다. 각국 정부의 전기차 정책과 경쟁사의 전략, 소비자 동향, 공급망 이슈 등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중장기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역할 중 하나다.

이를 토대로 현대차그룹의 새 전기차 전략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2019년부터 매년 주주와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CEO 인베스터데이’ 행사를 진행하며 미래 전략을 소개해왔다. 각 사가 올해 발표한 중장기 전략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올해 33만 대, 25만 8000대에서 2030년 200만 대, 160만 대로 각각 끌어올린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판매 부진 등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공급망 정상화로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된 반면 글로벌 거시경제는 악화하는 등 시장 복잡성이 커지면서 완성차 업계 내부에서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올 판매, 목표치 51% 그쳐…'2030년 360만대' 궤도수정 불가피




전동화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미국과 유럽·한국 등 주요 지역의 전기차 판매량은 연간 목표량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둔화세가 짙어지면서 2030년 36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했던 당초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1~9월 현대차·기아의 한국·미국·유럽 지역(유럽은 8월까지 집계) 전기차 판매량은 25만 6526대로 집계됐다. 회사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연간 판매량(50만 3000대)의 51%에 그친다. 남은 3개월(10~12월)간 매월 8만 2158대의 전기차를 팔아야 올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3분기까지 이들 지역에서 현대차·기아가 판매한 전기차가 월평균 2만 8503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차는 올 들어 9월까지 한국과 미국·유럽에서 총 14만 2942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현대차의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량(33만 대) 가운데 세 개 지역의 몫은 27만 대인데 3분기까지 목표 달성률(연간 판매 목표량 대비 실제 판매량 비율)은 52.9% 수준이다. 이들 지역에서 전기차 23만 3000대 판매를 목표로 한 기아의 경우 같은 기간 실제 판매량은 11만 3584대(48.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지역별로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에서 4만 6231대를 팔아 연간 목표량(7만 대)의 66%에 도달한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기간 4만 9384대를 판매해 연간 목표량(10만 대)의 49.4%에 머물렀다. 유럽에서는 올해 총 10만 대 판매를 계획했는데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집계된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4만 7327대(47.3%)에 불과했다.

기아의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5만 2144대로 연간 목표량(5만 2144대)의 절반(56.1%)을 넘겼으나 한국과 미국의 판매 목표 달성률은 9월 누계 기준 44.2%, 43.4%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도 4분기에 접어들어 연말에 가까워지는데도 일부 지역의 목표 달성률은 40% 중반을 밑돌며 부진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테슬라 등 경쟁사의 저가 공세와 내수 침체 등이 겹치면서 당초 계획 대비 저조한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은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는 전략을 쓰고 있으나 국내 완성차 업체는 탄력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며 “전기차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반면 고금리 기조로 차량 구매 부담이 높아져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기차 시장의 둔화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주요 국가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데다 전기차 전환 시점을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최대 전기차 판매 시장으로 꼽히는 독일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영국은 올해부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미룰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기차 전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중장기 전기차 판매 목표량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까지 총 360만 대(현대차 200만 대·기아 16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발표한 판매 목표량(2030년 307만 대) 대비 17.3% 늘린 것이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하향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파격적인 가격 할인 등 프로모션 행사로 전기차 판매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전기차 사업의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미국 포드는 올해 말까지 60만 대를 목표로 한 전기차 생산량을 40만 대로 낮췄다. 동시에 60만 대 생산 목표는 내년으로 연기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소형 전기차 모델인 볼트의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가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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