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비트코인(BTC) 가격 상승과 반감기,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기대감 속에서 신규 상장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독점, 코인마켓거래소의 은행 실명계좌 발급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된 가상자산은 169종으로 지난해 말 대비 128% 증가했다.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코인마켓거래소가 상장한 가상자산도 586종으로 원화마켓거래소(813종)의 약 70%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 원화마켓거래소의 신규 상장(84종)이 상반기 대비 72% 감소했던 것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수치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는 테라·루나와 FTX 사태가 터지며 시장이 굉장히 위축된 분위기였다”며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 가상자산 프로젝트들도 상장 하기 괜찮은 시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해 투자 심리가 회복되자 상반기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지난해 말 대비 46% 증가했다. 여기에 내년 도래하는 비트코인 반감기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래소가 적극 상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오르면 결국 거래량도 같이 늘어 시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반등할 조짐이 보이면 실적 개선 등 복합적인 이유로 상장에 적극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예견된 비트코인 반감기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신청 등의 호재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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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올 상반기 가상자산 이용자 수가 지난해 말 대비 3% 감소하고 업비트가 여전히 대부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가운데 거래소가 투자자를 어떻게 유치할지가 관건이다. 국내 원화마켓거래소 빗썸의 경우 지난 4일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자 한 자릿수였던 시장 점유율이 10일 기준 30%를 돌파했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핵심은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용자가 감소한 건 고정 투자자가 남았다는 의미고 고정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 모두 유입돼야 시장이 좋을 때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인마켓거래소는 원화 실명계좌 발급이 가장 큰 과제다. 일각에서는 코인마켓거래소가 새로운 거래소 경쟁 구도를 만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황현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인마켓거래소가 원화 시장에 진입하면) 수익을 올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경쟁 체제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며 “업비트의 독점을 타개할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연합회가 지난 7월 가상자산거래소를 대상으로 최소 30억 원의 준비금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발표하자 코인마켓거래소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한 코인마켓거래소 관계자는 “실명계좌 발급에 주력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30억 원이라는 거액을 쌓아두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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