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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 책임 전가하나" 부글부글 끓는 은행들

[부채 함정에 빠진 한국]

50년 주담대로 가계빚 급증 판단

금융위, 지난달부터 행정지도 돌입

금융권 "정책상품 영향 외면" 불만





은행권이 금융 당국으로부터 무분별한 대출 관행에 따른 가계대출을 늘린 주범으로 지목되자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당국이 대출 심사 문턱을 낮춘 정책 상품을 출시한 영향으로 가계 빚이 불어난 점은 외면한 채 은행에만 책임을 돌린다는 불만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장기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와 관련해 은행권의 상환 능력 심사 과정에 대한 행정지도에 들어갔다. 은행권이 최근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쓰이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고 보고 직접 손보기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는 행정지도에 앞서 “50년 만기 주담대가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행태는 그간 느슨한 대출 행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은행권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올 들어 가계부채가 불어난 원인을 50년 만기 주담대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시중은행이 50년 만기 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전인 올 2분기 은행권 주담대는 이미 전 분기 대비 14조 200억 원 늘었다. 1분기 증가분(1조 9800억 원)의 7배를 넘는 규모다. 가계 대출 증가세에 불을 댕긴 범인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실제 주담대를 상품별로 뜯어보면 올 2분기 중 정책 모기지로 인한 대출 증가분이 10조 300억 원에 달한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금융상품이 가계 빚 급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담당하는 한 임원은 “2분기 말 들어 특례보금자리론 집행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가계대출 오름세가 커졌다”면서 “뒤이어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하면서 대출 증가 폭이 더 가팔라지자 당국이 다급히 수습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디딤돌 대출처럼 정부 기금을 활용한 정책 사업 예산이 조기에 소진되다 보니 해당 대출을 민간에서 떠안게 됐다”면서 “기존에는 정부 예산으로 집행되던 몫을 은행이 맡다 보니 가계 대출이 더 크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의 정책 모기지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상품 출시를 유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은 실수요자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특례보금자리론 만기를 최대 50년으로 설정했는데 이같이 당국이 설정한 만기가 은행권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한다는 오해를 사면 곤란하니 주담대 만기를 설정하기 전에 당국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라면서 “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50년으로 만기 한계선을 그어준 것으로 보고 관련 상품을 내놓은 것인데 가계대출 주범으로 몰리니 억울한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이 대출 수요를 더 자극했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상생 금융’을 주문하자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전세대출 등 개인 대출금리를 최대 1.2%포인트까지 인하한 일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상생 금융을 통해 소비자들이 8월까지 2050억 원가량의 혜택(가계 일반 차주 기준)을 봤다고 자평하는데 바꿔보자면 그만큼 소비자의 금리 부담을 줄여 대출 수요를 자극한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국의 압박에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면서 긴축 의지가 퇴색된 측면이 있다”면서 “일부 부처에서 금감원의 금리 인하 압박이 시장금리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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