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이 올해 주요 금융공기업의 필기 시험날인 ‘A매치 데이’(10월 셋째주)에 앞서 채용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보 측은 “우수 인재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채용 절차를 앞당겨 진행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쟁쟁한 금융공기업들과의 채용 경쟁을 피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보는 올해 A매치 데이인 10월 21일 보다 두 달 가량 앞선 올 8월 19일 신입직원 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을 치렀다. 기보는 2021년과 지난해에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다른 금융공기업과 같은 날 필기시험을 실시하는 ‘정면 승부’를 택했지만 올해는 두 달 가량 앞당긴 것이다.
기보가 A매치 데이에 앞서 채용을 진행한 것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예년처럼 A매치 데이에 필기 시험을 실시하면 서류전형에 합격한 취업준비생 중 상당 수가 다른 기관에 응시할 수 있다. 기보는 본사가 부산에 있는 만큼 서울에 기반을 둔 금융공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보는 지난해 신입 직원을 75명 뽑으려고 했지만 최종 합격자는 59명에 그쳤다. 기보는 올해도 73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기술보증 및 기술평가 부문 60명 △전산 부문 8명 △법무·채권관리 부문 5명 등이다. 기보 관계자는 “A매치 데이에 필기 시험을 진행하면 인사 시즌인 1월 전까지 신입 교육을 끝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채용 일정이 빨라질수록 신입 직원이 회사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준생들은 기보가 A매치 데이를 피해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 방침에 따라 올해 신규 채용 규모가 6년 만에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전체 공공기관은 2만2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방침으로 2017년(2만2659명)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다만 신용보증기금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은 10월 21일 필기시험을 치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워라밸과 고용 안정성을 중시하는 취준생 사이에서 금융공기업은 최고의 직장”이라며 “같은 날 주요 기관들이 동시에 필기시험을 치러 아쉽다는 말이 많았는데 시험 일정이 분산된다면 취준생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KDB산업은행은 당초 이달 21일에 실시하려던 2024년 5급 신입행원 필기시험을 비롯해 전체 채용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산은은 홈페이지를 통해 “외부채용전문기관이 대행한 서류심사에서 적격한 서류심사 위원 외 다른 인원이 심사에 참여하는 등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서류합격자 발표·필기시험 등 전체 채용일정을 연기하다”고 알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