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한정판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디자인이나 개성 있는 색상, 사양 등을 적용한 차종을 제한된 물량만 판매하는 식이다. 한정판 모델은 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넘기더라도 판매 개시 직후 완판될 정도로 인기 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 업계가 한정판 모델 출시에 적극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아 매달 한정판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한정판 모델이 모두 뜨거운 반응을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지난달 선보인 GLE 450 4MATIC 모델은 가격이 1억 3000만 원이 넘는데도 출시 1시간 30분 만에 준비된 물량 39대가 모두 계약됐다.
GLE는 8월 국내 인도가 시작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다. 온라인 한정판은 새로운 색상과 디자인 옵션, 편의사양을 더해 기본 모델과 차별화를 꾀했다. 마누팍투어 알파인 그레이 솔리드와 소달라이트 블루 색상을 입혔고 외관 곳곳에는 블랙 포인트를 더한 나이트 패키지를 적용했다.
이 밖에도 △1월 마이바흐 S 580 4MATIC 블루 스타 더스트 나이트(24대·3억 1781만 원) △3월 AMG GT 43 4MATIC+ 다이내믹 레드 블로썸(10대·1억 8687만 원), 골든 데이라이트(13대·1억 9167만 원) △4월 E 450 4MATIC 카브리올레 루벨라이트 레드 메탈릭(10대·1억 1156만 원), 마누팍투어 오팔라이트 화이트 브라이트(20대·1억 1771만 원) △5월 EQA 250 AMG 라인(20대·7573만 원) △6월 AMG SL 63 4MATIC+(23대·2억 3898만 원) △8월 GLC 300 4MATIC(34대·9447만 원) 등 올해 들어 출시한 한정판 모델 대부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BMW코리아도 일찍이 한정판 마케팅에 집중했다. 2019년부터 온라인 판매 채널 BMW 샵 온라인을 개설해 희소성 높은 한정판 모델을 매월 꾸준히 선보여 왔다. 판매 채널 출시를 기념하며 선보인 뉴 118d M 스포츠 퍼스트 에디션(100대)과 뉴 X6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 퍼스트 에디션(50대)은 이틀 만에 모든 물량이 판매됐고 갈수록 완판 속도는 빨라졌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마세라티도 컨버터블(오픈카)인 MC20 첼로를 선보이며 전 세계에 65대만 제작된 MC20 첼로 프리마세리에를 국내에 5대 한정 판매했다. 이 5대 역시 계약을 받기 시작한 직후 판매가 완료됐다.
한정판 모델의 인기 비결은 높은 희소성이다. 남과 다른 디자인과 옵션, 성능을 소유할 수 있는 점이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공산품인 자동차의 특성상 남과 뚜렷이 구분되는 제품을 얻기에 한계가 있는데 한정판 모델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수입차는 이미 물량이 확보된 상태에서 판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출고 대기 기간이 일반 모델보다 짧다는 장점도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한정판 모델 출시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많다. 우선 고객의 브랜드 로열티(충성도)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끊임없이 새롭고 특별한 모델을 선보이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기존 고객의 관심과 애정을 붙잡아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랜드의 전체 판매를 확대하는 효과도 있다. 한정판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큰 화제를 얻으며 잠재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판 모델 인기→브랜드 희소성 강화→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노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활성화하려는 이유도 깔려있다. 수입차 업계는 각자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한정판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고객들이 온라인 구매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한정판 모델은 본사 차원에서 생산해 판매하기도 하지만 한국 법인에서 기획해 본사에 생산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 경우 기획 단계부터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양이 무엇일지 철저한 시장 조사를 거친다.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의 중요도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한정판 모델 생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전 세계에 공통으로 내놓는 한정판 모델의 물량을 한국에 더 많이 배정하는 식으로 우선권을 주기도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마이바흐 브랜드의 첫 양산차 출시 100주년을 기념한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4MATIC 에디션 100을 지난해 공개했는데 생산 물량 100대 가운데 17대를 한국 시장에 배정했다. 한정판 모델의 약 20%를 국내 시장에 몰아준 셈이다.
아예 한국 시장만을 위한 한정판 모델을 생산하기도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한국 법인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메르세데스-AMG G63 K-에디션 20을 국내에만 출시할 예정이다. G클래스의 고성능 모델 메르세데스-AMG G63을 바탕으로 태극 문양을 연상시키는 외장 색상(레드·블루)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정판 모델은 제조사 입장에서 ‘브랜드 가치 강화’와 ‘판매 확대’라는 두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상품”이라며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