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1조 5000억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매수 심리가 일부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호금융권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되면서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도 전달보다 12조 원 가까이 늘었다. 연 4% 안팎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에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 8120억 원으로 전월보다 1조 5912억 원 증가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5월 1년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후 4개월 연속 늘고 있다. 증가 폭도 5월 1432억 원, 6월 6332억 원, 7월 9755억 원 등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지만 대출 수요를 막기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4조 9997억 원으로 2조 1122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의 선행지표인 주택 거래량은 꾸준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통상 2∼3개월 뒤 주담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데 올 6월 3만 6000가구로 5월(3만 7000가구)와 비슷하고 4월(3만 4000가구)보다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08조 4171억 원으로 2462억 원 줄었다.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11조 9859억 원 증가한 844조 9671억 원을 기록했다. 정기적금 잔액도 42조 2814억 원으로 1조 원가량 늘었다. 새마을금고나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권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은행 예금 금리가 소폭 상승하면서 저축은행 등과의 금리 차가 좁혀진 것도 은행 예금 잔액 증가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금융 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을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들의 주력 정기예금 1년 만기 상품 금리는 연 3.68~3.75% 수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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