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시장의 판세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생태계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생성형 AI 붐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AI모델과 애플리케이션에 접근할 수 있느냐가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제1요소로 부각되면서 저마다 생태계 키우기 위해 어제의 적까지 포섭하는 모양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구글 클라우드 연례 컨퍼런스 넥스트(Next)23에서 정장 차림의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모습을 드러냈다. 피차이 CEO는 “지난 몇 년 간 비즈니스 리더들은 모바일로, 클라우드로 또 이제는 AI까지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곳과 파트너십을 맺고자 했다”며 “AI로의 전환은 우리 일생에 모든 방면에 걸쳐 가장 큰 변화인 만큼 구글이 고객사의 혁신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3000여명이 넘는 참가자가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열세인 구글 클라우드는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모델이 모두 모이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는 “생성형 AI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맞닥뜨렸다”며 “고객들이 구글이 확보한 AI 모델들에 자유롭게 접근해 저마다 AI모델을 훈련시키고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 클라우드 고객용 엔진인 버텍스 AI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은 100여가지의 초거대 언어 모델(LLM)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시연에서는 구글 직원이 버텍스AI에서 메타의 LLM인 ‘라마(Llama)2’를 비롯해 메타가 최근 코딩을 위한 용도로 공개한 LLM ‘코드 라마(Code Llama)’까지 열어 활용사례를 공개했다. 또 앤쓰로픽의 클로드2 챗봇 등 AI 애플리케이션도 저마다 맞춤형으로 구축,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테면 쇼핑을 할 때 각각의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여러 제품을 고를 수 있는 편집샵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확보한 제품의 다양성과 질이 높을 수록 고객 사이에 입소문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효과다.
이날 구글 클라우드 측은 “앤스로픽, 캐릭터AI, 타이프페이스 등 생성형 AI 유니콘 스타트업의 7할 이상이 모두 구글 클라우드 고객”이라며 전체 투자 받은 AI 스타트업 2곳 중 1곳이 구글 클라우드를 쓰고 있을 정도로 생태계 확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구글 클라우드는 자체 AI칩 클라우드 텐서프로세싱유닛(TPU)v5e을 업그레이드해 선보였다. 이전 모델인 TPU v4와 비교해 훈련 성능이 최대 2배 개선됐고 추론 성능은 2.5배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가장 달라진 점은 자체 AI칩을 개발하며 엔비디아와 경쟁을 하던 구글이 엔비디아의 대표 AI칩인 H100을 탑재한 A3VMs를 출시하기로 한 것이다. 엔비디아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폭넓게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해 확장성을 대폭 높였다. 기존에 구글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과 구글 자체 AI칩인 TPU 시리즈 간의 호환성을 강조했다면 범용성, 대중성이 높은 엔비디아 제품과도 호환성을 높여 생태계 확대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으로 전면 수정한 것이다. 이날 무대에 함께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과거의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되게 됐다”며 “엔비디아의 A100에서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글 클라우드에서 엔비디아의 GDX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구글 클라우드는 지난 5월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구글 I/O 2023에서 발표했던 AI 코파일럿 도구 ‘듀엣AI’ 기능을 대폭 업데이트해 선보였다. 듀엣 AI를 통해 쉽게 코딩 없이 앱을 개발할 수도 있고 데이터 분석, 보안 운영 등 기능이 포함됐다. 구글 측은 “이미 100만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듀엣AI를 이용하고 있고 개발자 수십만명이 버텍스 AI를 활용해 개발을 하고 있다”며 생태계 확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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