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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확 달라진 일본 경제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이사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이사




올 해 일본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는 180도 변했다. ‘잃어버린 30년’의 대명사였던 일본의 주식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최근 엔화에 대한 투자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일본 주식시장 전망에 대한 세미나 요청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연초 이후 꾸준히 상승해 30년 전 거품 경제 당시의 정점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일본 내각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에도 0.9%의 성장률을 보였는데 지난해 3분기부터 계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 탈출의 신호인 물가, 실업률, 임금 등의 지표도 우호적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30년 간 일본의 경기 침체는 산업 구조 전환이 늦어진 결과다. 1990년대 이후 격변의 시기에 산업 체질을 개선하지 못했다. 1990년~2000년대에 새로운 산업과 지정학적 변화가 시작되고 개인용 컴퓨터(PC), 인터넷, 모바일 산업이 미국 주도로 확산되면서 전세계 공급망이 새롭게 재편됐다. 당시 부동산 버블과 불황의 여파로 허덕이고 있던 일본 기업들에게는 사업 구조 전환, 대규모 투자 등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 1995년 이후 약 30년 간 일본 산업은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과 한국에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일본이 실기(失機)만 한 것은 아니다. 일본은 역동적인 산업 구조의 전환을 통해서 1980년대 최고의 경제 대국을 만든 역사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오일 쇼크로 1960년대 이루었던 고도 성장이 단번에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된 1970년대 일본은 2000년대와는 달랐다. 당시 일본 정부는 기업과 단합해 산업 구조전환을 서둘렀다. 당시 조선·화학 등 중공업에 머물렀던 일본 경제는 전자식 시계, 계산기 등 경박단소(輕薄短小)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구조 전환과 일본 특유의 높은 생산성을 기반으로 일본은 이후 전자기기,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세계 공급망의 핵심 기지로 부상했다. 경제성장률 뿐 아니라 주식시장도 당연히 장기 상승세를 나타냈다.

2023년 인공지능(AI) 기술을 주축으로 세계의 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도 재편되는 등 전세계 국가들이 긴장하는 가운데 잃어버렸던 일본의 경제 시나리오가 눈에 띈다. 1970년대처럼 산업구조의 전환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지정학적 이점과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앞세워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천명한 것이 주목된다. 반도체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대를 맞아 그 핵심에 서고 싶다는 일본의 의지를 엿보게 된다. 일본이 변한다면 엔저나 저금리가 아닌, 산업 구조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5년 후 일본 산업 구조의 전환이 어떻게 이뤄질 지 살필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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