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 생태계에서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가 큰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건 이스라엘 투자 생태계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한국계 커뮤니티 역시 이스라엘 커뮤니티처럼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관계자)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스 포시즌스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컨퍼런스. 미국 내 한국계 투자 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이들을 한 데 모으게 한 건 ‘미국 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이 된 이스라엘을 보라’는 문제의식이었다. 코리아 컨퍼런스를 출범한 제니 주 보어스 클럽 투자 총괄 겸 코리아 컨퍼런스 회장은 “2009년부터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스라엘 컨퍼런스’가 매년 열리는데 이곳에서는 미국 내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을 초청해 첨단 기술을 선보이고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다”며 “이스라엘 원천 기술이 미국에 스며들고 이로 인해 형성한 이익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는 선순환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선순환을 시작할 때가 왔다”며 출범 의의를 설명했다.
코리아컨퍼런스는 지난해 벤처인과 투자자들 간 네트워킹 행사로 약식 출범한 뒤 올해 실제 투자를 위한 발표, 벤처와 코리아컨퍼런스 간 투자 지원 관련 협약서(MOU) 체결 등을 포함해 본격 출항했다. 이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계 뿐만 아니라 여러 미국 현지의 투자 업계에서도 대거 자문단을 확보했다. 자문위원에는 첼시 구단주 겸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 캐피털의 공동창업자 호세 펠리시아노, 로렌조 메디치 가문 왕자, 휴 힐튼 알바레즈&마살 캐피탈 부동산, 마크 켈슨 트라우리그 공동의장 등으로 구성됐다. 멘토로 국내 IT 산업을 이끈 이재범 카카오 공동창업자와 서민 넥슨 공동창업자가 나섰다.
이날 발표한 스타트업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블록체인, 바이오테크 등 여러 분야였다. 생성형AI 스타트업 마인드AI의 이정환(폴 리) 창업자는 “챗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챗봇 서비스는 부정확한 정보도 포함하기 때문에 필터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인간의 추론 방식을 본 딴 ‘캐노니컬’ 방식으로 팩트체크가 가능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60개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했고 여러 텍스트에서 정보를 조합하는 챗봇과 달리 캐노니컬 방식을 통해 자연어에 가까운 이해력을 갖고 있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발표한 스타트업들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사업 모델과 인력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맞췄다. 초급속 충전 인프라 솔루션 업체인 대영채비는 국내에서는 이미 민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기업이지만 올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지난 2월에는 아시아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기자동차 인프라 프로젝트(CALeVIP)’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달 중에는 미시간주 워터포드시에서 OEM, 딜러십, 에너지사 등 고객사와 협력사들을 초청해 북미 진출 행사를 열 계획이다.
화재 진압과 동시에 유독 가스 등 연기를 빨아들이는 스프링클러를 개발한 SP&E도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정규 SP&E 대표는 “화재 사망자의 70%의 사망 원인이 유독가스 흡입이지만 오랜 기간 이를 막기 위한 솔루션이 나오지 않았다”며 “스프링클러를 통해 물을 뿌리면서 동시에 연기를 빨아들이도록 설계해 10달러가 안 되는 적은 비용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극장 운영 자동화 솔루션 업체인 RNR의 석민철 창업자는 “디즈니, 블룸버리TV 등 할리우드의 엔터테인 먼트 업계와 국내의 CJ의 인재들이 뭉쳤다”며 “지난해까지 총 2500개의 영화관을 세팅하고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서 서비스를 했는데 이제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희소·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사 시프트바이오, 신세대 금연보조제를 개발하는 비타본 바이오, 한국적 대체불가토큰(NFT) 라이선스 사업 운영사 아트인모션, 8곳이 참여했다
이들 가운데 전기차 충전 토털 솔루션 업체 채비와 '엑소좀' 기반의 희소·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사인 시프트바이오는 지난해 코리아 콘퍼런스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소개된 이후 투자 유치와 사업 파트너 확보 등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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