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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이상기후…태양광보험 손해율 비상

5대 손보사 가입건수 3년새 9배

누적 3만건●보험료 260억 달해

올 집중호우·태풍 등 영향으로

손해율 80%대까지 급등할 듯

보험금 지급 역대급 불어날수도





올 6월 말 미국 네브래스카주 서부 스코츠블러프에 갑자기 야구공만 한 우박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우박에는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태양광 패널도 속수무책이었다. 갑작스러운 거대 우박의 습격으로 650채가 넘는 가구에 전력을 공급해주던 태양광발전소는 한 달 넘게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상 기후 현상이 미국 태양광발전 시설에 대한 보험료를 1년 새 50%나 끌어올렸다”며 “지구온난화의 역습”이라고 경고했다.

우박의 습격을 당한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태양광발전소는 극한 호우나 초대형 태풍과 같은 이상 기후와 씨름하고 있다. 특히 매년 여름철이면 산지에 지어진 태양광발전 설비가 산사태를 일으키면서 추가 피해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태양광발전소를 겨냥한 지구온난화의 역습이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드라이브로 태양광발전 설비가 급증한 가운데 이상 기후마저 일상화되면서 자연재해까지 보장하는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 전용 보험의 손해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13일 정부와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태양광발전소 종합 공제(태양광보험)’에 가입한 태양광발전소는 약 1만 3000곳으로 집계됐다.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5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이 2019년 3월 엔지니어링공제조합·에너지공단과 함께 출시한 태양광보험은 가입 건수가 출시 첫해 1292건에서 지난해 1만 1168건으로 3년 만에 9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도 10억 6300만 원에서 83억 5600만 원으로 8배 가까이 불어났다. 도입 첫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가입 건수는 3만 3448건, 총보험료는 약 260억 원이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손해율은 평균 61%로 집계됐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상 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사고에 대비하려는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상 기후로 손해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날씨와 계절에 민감한 태양광발전의 특성상 태양광보험의 손해율도 언제든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수 피해가 늘어나는 장마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 측은 “매년 7~9월 발생하는 집중호우와 태풍을 감안하면 손해율이 8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험 업계는 올해 강수일수 대비 하루 평균 강수량이 역대 1위를 기록한 만큼 손해율 급등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인 보험 상품은 손해율 80%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손해율이 오를 경우 100㎾ 기준 연간 약 60만 원으로 책정돼 있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태양광발전 시설에 대한 보험료가 오른다는 것은 결국 발전비용도 증가한다는 뜻”이라며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화재나 폭발·도난은 물론 발전소 운영 중 제3자에게 발생하는 배상책임손해(자연재해 포함)까지 포함하는 태양광보험의 폭넓은 보장 범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도 낮은 수익성 탓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위험 인수가 줄어드는 반면 보험료는 줄곧 인상돼왔다”며 “국내의 자율 가입 여건상 되레 피해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 사업자 위주로 보험에 가입하는 ‘역선택’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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