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은행 이자 수익의 40%에 달하는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한다고 깜짝 발표하면서 유럽 은행주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충격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자 이탈리아 정부는 세금 규모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이탈리아 정부는 각료회의에서 은행들의 이자 수익에 40%의 1회성 세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세금은 지난해와 올해 순이자 소득이 전년 대비 각각 5%, 10% 초과할 경우 더 큰 금액에 부과된다. 은행들은 내년 6월까지 해당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탈리아의 횡재세 도입은 최근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은행권에 대한 징벌적 조치로 풀이된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이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 반면 그만큼 예금금리가 인상되지 않았던 점을 꼬집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은행들은 금리 인상으로 수십 억 유로의 초과 수익을 얻었다”며 “(부과된 세금은) 주택담보대출 이용자 등에 대한 재정 지원에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치 발표 후 이탈리아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와 함께 유럽 전역에 은행을 겨냥한 고율 과세 조치가 확산할 것이라는 공포가 번지자 이탈리아 정부는 급히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이탈리아 재무부는 8일 성명을 내고 “은행들의 재정적 안정성을 고려해 세금 부과 규모는 총자산의 0.1%로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제히 급락했던 은행주들이 9일 안도감을 반영하며 반등하는 모습이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인테사상파울루와 우니크레디트의 주가는 8일 하루 만에 각각 8.67%, 5.94%나 하락했지만 이날 장 초반 3~4%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날 9~10% 폭락했던 국영 몬테데이파스키디시에나·방크BPM 등 대형 은행들도 일제히 반등했다. 스페인·헝가리·이탈리아의 잇따른 금융권 과세가 악재로 작용해 3%대로 하락했던 독일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프랑스 BNP파리바 등도 모두 강세 전환했다.
앞서 이탈리아의 횡재세 도입에 따라 은행들이 부담할 세금 규모가 막대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의 충격이 커졌다. 씨티그룹은 올해 은행 순이익의 19%가, 뱅크오브아메리카·제프리증권은 30억~45억 유로(약 4조 3300억~6조 5000억 원)가 횡재세로 지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