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가 올해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 개정령안’을 수정하면서 ‘문민통제 원칙’을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일에 가려진 활동에 대한 통제도 없는 데다 군 정보·수사기관임에도 잇따른 불법적 민간인 사찰을 비롯한 정치 개입 논란을 빚어 이를 차단하고자 문민에 의한 통제 장치로 명시했던 기무사 내의 일정 비율을 군무원으로 채우는 규정을 빼버린 것이다.
6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국군방첩사령부령 제9조(정원) 제2항인 ‘사령부에 두는 군인의 비율을 제1항에 따른 정원의 10분의 7을 초과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제1항인 ‘사령부에 두는 군인과 군무원의 정원은 국방부 장관이 정한다’로만 변경해 현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 일반적인 군 조직도 아닌 정보·수사기관에 대한 민간 통제 장치 삭제로 자칫 폐쇄적인 기무사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는 기무사를 해편한 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개편하면서, 문민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사령부에 두는 군무원 비율을 정원의 30% 이상을 초과하도록 사령부령을 개정했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 관계자는 “문민통제 장치는 군의 관성과 기득권을 타파하고 시대에 맞게 군을 발전시킬 수 법적 근거”라며 “현 정부가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경찰청이 문민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밝힌 신념의 후속 조치인데 정착 계속적인 민간인 사찰과 정치 개입 논란을 초래한 군 정보·수사기관인 방첩사에 대한 문민통제 장치를 폐지한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야권은 방첩사의 폐쇄적이고 통제 받지 않은 첩보 활동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실 관계자는 “방첩사의 직무 범위 확대로 민간인 사찰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문민통제 원칙까지 폐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문민에 의한 군의 통제는 민주국가를 지탱하는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인데 이를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지난해 말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 개정령안’을 예고하면서 방첩사의 군 관련 정보 수집 대상 중 기존의 ‘대간첩작전’을 ‘통합 방위’로 확대하고, 방첩사에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수집과 작성·배포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으로 ‘중앙 행정기관의 장’을 명시해 민간인도 정보 수집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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