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2시간 30여 분을 달리자 70m 높이의 기암괴석이 기둥처럼 우뚝 솟아 있는 강원도 영월의 명승인 선돌이 나타났다. 선돌에서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감입곡류로 유명한 평창강이 마치 자신만의 안식처를 보호하듯 휘감고 있는 언덕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평창강을 건너 언덕 위로 올라서자 너른 터에 펼쳐진 대규모 한옥이 시선을 붙들었다. 주변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한옥은 이달 처음으로 일부 문을 여는 한옥호텔인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다.
핀테크 솔루션 업체인 코나아이의 조정일 회장이 7년간 준비해 1800억 원을 투자한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는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1만 6332㎡ 규모에 총 137실로 2025년, 2027년에 순차적으로 완공돼 오픈한다. 이중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거실과 3개의 침실로 구성된 독채 호텔 ‘영월종택’ 2동이 이번에 먼저 손님을 맞는다.
돌계단을 올라 내부로 들어서자 향기로운 소나무향이 코끝에 와닿았다. 층고 역시 기존 한옥보다 높았고 천장에는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며 쾌적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한옥을 이루는 나무 기둥과 서까래·대청마루는 물론 욕조까지 자연 그대로의 밝은 나무색을 내뿜고 있었다. 조 회장은 “목재를 7년 동안 깨끗이 말려야 이처럼 자연 그대로의 색상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월종택의 모든 목재는 한국은 물론 미국 등에서 들여온 최상급 수종을 직접 세계 최초로 개발한 대형 목재 전용 마이크로웨이브 장비를 이용해 건조했다. 일반적으로 문화재 복원 시 승인되는 목재의 함수율(목재가 함유한 수분 값)은 25%인데 영월종택에 쓰인 목재의 함수율은 이보다 낮은 15%다.
영월종택이 보여주는 한옥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고개를 돌려 밖을 보면 극대화된다. 대청마루는 물론 침실과 욕실에서도 영월이 품고 있는 자연의 결이 그대로 한옥 안으로 오롯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또한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건축법에 따라 담장은 일정한 높이를 가져야 하는데 이를 따르다 보면 풍경이 가려진다. 조 회장은 이미 지어진 담장이 풍경을 가리자 담장을 헐고 기존보다 40㎝ 낮춘 담장을 새로 지었다. 대신 담장 밑에 그만큼의 홈을 파 건축법을 충족시켰다.
여기에 은은한 간접조명을 더해 한옥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계단식 층층각(복도)을 지나 지하로 가는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분명 지하지만 바깥 풍경이 대형 유리를 통해 그대로 들어왔고 한옥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공간에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와 십여 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은 물론 중정과 노래방 기기와 오디오 시설이 갖춰진 미디어룸 등이 자리했다.
조 회장은 “한옥도 제대로 지으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입증해보고 싶었다”며 “최고급 한옥, 최상의 음식과 서비스, 고품격 문화와 놀이가 있는 완벽한 휴장지로 반드시 방문해야 할 영월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