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상위권 부동산 신탁사인 무궁화신탁이 관계사를 통해 벤처캐피털(VC)을 인수해 투자업 확대에 나선다. 무궁화신탁은 VC 인수로 벤처 투자와 사모 투자, 자산운용 계열사 구조를 갖추게 돼 이를 발판 삼아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최근 중견 VC인 송현인베스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무궁화신탁 관계사인 씨에스인베스트코가 송현인베스트먼트의 지분 100%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은 지난달 인수를 마무리하고 송현인베스트먼트 이사회에 합류했다.
송현인베스트먼트는 2012년 설립된 중견 VC다. 한국유리공업(현 한글라스) 창업주인 이세훈 전 회장이 설립자로, 이영수 부회장과 남기승 대표가 경영을 맡아왔다.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해까지 3500억 원에 육박했지만 올 들어 이뤄진 펀드 청산과 신규 펀드 결성 지연 등에 2000억 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스타트업 투자에 정통한 송현인베스트먼트는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로 파두·클로버추얼패션·쏘카(403550)·대성하이텍(129920)·한국토지신탁(034830)·신영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펀드는 ‘송현 e-신산업 펀드(약정액 930억 원)’ ‘2016 KIF-송현M&A·세컨더리 ICT 투자조합(300억 원)’ 등이 있다.
송현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초 이 부회장이 경영자인수(MBO) 방식으로 이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 100%를 확보했는데 반년이 안 돼 다시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이 부회장은 “많은 고민 끝에 지분을 매각했다”며 “좋은 파트너를 만난 만큼 송현인베스트먼트가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궁화신탁은 앞으로도 이 부회장과 남 대표 등 기존 경영진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무궁화신탁이 송현인베스트먼트 인수에 나선 것은 투자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는 비전을 품고 있어서다. 무궁화신탁은 2020년 현대자산운용을 700억 원가량에 인수하기도 했다. 또 투자업을 영위하는 무궁화캐피탈과 무궁화PE 등을 관계사로 두고 있다.
향후 무궁화신탁의 막강한 자금력과 송현인베스트먼트가 가진 벤처 투자 역량이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궁화신탁은 최근 2년 연속 2000억 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지난해 누적 수주 실적 신탁 업계 1위를 달성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914억 원, 영업이익은 4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 74% 증가했다.
송현인베스트먼트는 2012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벤처펀드를 결성·운용하면서 탄탄한 출자자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주요 펀드 출자자로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 등 정책금융기관은 물론 각종 공제회, 민간 금융회사 등이 포진해 있다. 올 상반기 ‘키스톤송현밸류크리에이션사모투자합자회사’ ‘송현 청년창업 제1호 투자조합’ ‘2014 송현 성장사다리 제2호 투자조합’ 등을 각각 내부수익률(IRR) 13%, 7%, 7.8%의 높은 수익률로 청산해 펀드 운용 역량을 과시한 바 있다.
무궁화신탁 관계자는 “벤처 투자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송현인베스트먼트를 인수했다”며 “향후 송현인베스트먼트가 정통 VC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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