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의 패션 브랜드 '후아유(WHO.A.U)'가 연 매출 100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때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탓에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지만, 2019년 새 단장해 선보인 곰 캐릭터 '스티브'가 팬덤층을 형성하며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이랜드에 따르면 올해 후아유 매출은 9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규모다. 이랜드가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감성을 담은 의류를 콘셉트로 론칭한 후아유는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연 매출이 500억 원대로 정체됐으나, 2021년 550억 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750억 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19년 뉴트로 열풍에 맞춰 선보인 곰 캐릭터 스티브 효과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후아유 브랜드 매출의 70%가 스티브 캐릭터가 그려진 상품에서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곰은 후아유 브랜드 초창기 때부터 함께한 캐릭터다. 이랜드는 브랜드 콘셉트를 쉽게 각인시키기 위해 주로 북미에서 서식하는 그리즐리 베어를 모티브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론칭 초반 곰 캐릭터는 후아유를 알리는 일등공신이었지만, 어느 순간 '너무 옛스럽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에서 곰 캐릭터로 후아유가 인기를 끌자 '중국 브랜드'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에 이랜드는 곰의 얼굴과 착장, 표정부터 다시 설계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스티브다.
스토리도 입혔다. 현재 스티브 캐릭터는 실존 인물인 스티브 포셋을 모델로 삼았다. 스티브 포셋은 주식중개로 떼돈을 번 억만장자이자, 세계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3만 3195㎞를 비행해 열기구 단독 세계 일주에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1997년부터 세계 일주에 도전했지만, 악천후와 일부 국가 영공 통과 문제에 부딪히며 번번이 실패를 맛봤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여섯 번째 시도 만에 열기구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더 나은 삶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스티브 포셋에서 영감을 받아 스티브라는 이름과 모험적인 성격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여름 시즌에 '서핑을 타는 스티브', 가을 시즌에는 '요세미티 공원에서 캠핑을 즐기는 스티브'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스티브 캐릭터를 그려 넣은 옷으로 후아유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21년에는 1980년대 캠퍼스를 누빈 대학생을 모델로 삼은 캐릭터 '엉클 스티븐'을 선보이며 세계관도 확장하고 있다. 엉클 스티브는 스티브에게 캠핑과 등산 등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는 일종의 멘토다. 이달 중에는 새로운 곰 캐릭터 '서퍼곰'을 선보이며 토종 패션 브랜드로서의 위상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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