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미국 중형 은행 세 곳이 파산해 전 세계 주식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은행주가 급락했다.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번져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하는 등 여진은 계속됐다. 그러나 위축된 시장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글로벌 은행주의 추세를 나타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글로벌은행지수의 4월 자료에 따르면 은행주는 당시 저점에서 벗어나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은행의 유동성 확보와 금리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대두돼 미국 중소형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도 예상된다. 미국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유럽도 예금보험 수준이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이미 8만 5000파운드(약 1억 4206만 원)인 예금보험의 한도 상향안 등을 제시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에서 예금이 빠져나간 속도를 고려할 때 위기 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다만 SVB 파산 사태 등에도 대형 은행의 자본 상태와 유동성 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산과 예금의 만기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주식 관점에서 보면 특히 유럽과 일본의 은행주가 매우 저평가돼 있다. 전문가들은 가치투자 관점에서 유럽과 일본 내 은행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내재된 리스크를 보상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은행주는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은행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낮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리스크가 높은 은행에 투자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급격한 경기 침체나 인플레이션 하락이 발생하지 않는 한 향후 10년 동안 은행의 금리 환경은 훨씬 더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컨트롤이 가능한 수준일 것이며 유럽에서는 향후 수년간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서 주주 환원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매출 증가가 수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서 수혜를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경제 여건의 악화로 대출 손실이 발생해 수익을 갉아먹게 될 것을 여전히 우려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자본금과 재무 상태가 견조하고 잠재적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은행주를 선택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중소형 은행들은 자금 조달 비용에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3월의 위기가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2분기부터 나타나는 실적 변화의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100% 안전한 은행이란 없다. 예금자들이 패닉에 빠지면 어떤 은행이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날 수 있고 디지털 뱅킹 시대에 돈은 매우 빠르게 이동한다. 자산운용사는 투자할 은행의 예금 기반이 다양한지 챙기면서 포트폴리오 내 은행이 어떤 리스크에 노출됐는지 파악해 유연하게 포지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